[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머리카락 직경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길이에 초당 1,000조분의 1초 동안 에너지 펄스를 집중시킬 수 있는 레이저가 나왔다. 펨토세컨드 (Femtosecond)로 명명된 이 레이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신경외과 수술용으로 적합하다. 30년 동안 8,000회가 넘는 뇌수술을 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외과 교수 마이클 아푸조는 “펨토센컨드와 비교하면 현재 쓰고 있는 신경외과 수술용 기구들은 18세기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1,000조분의 1초 동안 발사되는 에너지 펄스를 머리카락 직경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길이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뉴런이 다른 뉴런에 정보를 보낼 때 사용하는 긴 꼬리 모양의 신경돌기 같은 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세포 수술에 매우 적합하다. 이런 부분은 너무 작아서 현재까지 나온 가장 정밀한 로봇 팔로도 수술이 곤란하다. 아푸조는 “뇌 수술 레이저는 신경돌기에 초당 1,000조번의 레이저를 발사해 세포의 원하는 부분을 태양만큼이나 뜨겁게 한다”며 “레이저의 초점이 매우 정확하고 발사 시간이 짧기 때문에 주변의 세포로 열이 퍼져 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신경돌기는 전자와 이온의 플라즈마로 변해 기화돼 버리기 때문에 극소량의 잔해만 남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산타 바바라의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 진 이시와 텍사스 대학의 의료공학자 아델라 벤 -예이카는 최근 선충의 근육을 통제하는 신경돌기를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절단하는 팀을 지휘했다. 시술 직후 선충은 뒤로 움직이는 능력을 잃었지만 24시간이 흘러 선충의 신경돌기를 재생한 후에는 능력이 회복됐다. 수술 도중 개개의 뇌세포를 죽이지 않는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세포의 재생 방법을 알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화 질병의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레이저를 사용해 손상된 신경돌기를 썰어버리고 새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이렇게 뛰어난 응용력으로 구식 메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경외과 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