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국가의 미래는 인재에 달려 있다. 기술개발과 산업경쟁력 강화,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과 삶의 질 향상도 모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인재 한 사람이 수천명,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인재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들이 가진 지식과 실력은 그대로 그 사회와 나라의 자산이며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선진 각국이 서로 뒤질세라 교육경쟁력 강화와 고급두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정은 이와는 딴판이다. 평준화와 획일적인 교육체제로 인재양성도 어렵고 그나마 있는 인재들도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급두뇌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외국에 나가 공부를 마치고도 귀국하는 대신 현지에 그냥 정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고급두뇌라도 한국에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도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연구인력 비율은 우리나라가 12.6%로 대만ㆍ스위스ㆍ일본 등의 2.0~5.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반면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중 전문직 비율은 지난 2004년 기준 7.4%로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작다. 미국의 경우 취업이민의 41.1%, 영국은 취업허가 발급의 37.4%, 캐나다는 경제이민의 84.8%가 전문인력이다.
토종두뇌가 한국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환경이 그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국해봐야 갈 자리가 많지 않은데다 보수도 낮고 근무조건도 열악해 귀국을 꺼리는 것이다. 해외유학 두뇌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 능력의 잣대로 여겨질 정도라고 한다.
고급두뇌, 특히 연구개발 분야의 인재공동화 현상은 성장동력 약화를 의미한다.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한 투자 확대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교육체제도 경쟁과 자율 위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