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연발 라이플 '윈체스터' 영화속서도 美상징 무기로


미국은 총으로 세워진 나라다. 초기 개척자들은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를 하면서 원래 땅 임자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무차별 살육,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 인디언 살육에 쓰인 도구가 총이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총 다음으로는 위스키로 인디언들을 주정뱅이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래서 요즘도 인디언 거주 지역에서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총 중에서도 인디언들 살육에 가장 많이 쓰인 것이 레버로 작동되는 연발 라이플 윈체스터. 그래서 윈체스터는 '서부를 쟁취한 총'이라 불리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된다. 윈체스터는 미 서부사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사용했다. 전설적 열차강도 제시 제임스와 말년에 콤비를 이뤄 미국을 돌며 인기 '와일드 웨스트 쇼'를 공연했던 서부개척자 버팔로 빌 코디와 애니 오클리 그리고 커스터 장군의 기병대를 몰살한 수족 인디언의 용감무쌍한 추장 시팅 불 등이 모두 이 총을 썼다. 웨스턴 배우 존 웨인이 들고 다니던 총도 윈체스터였다.' 윈체스터는 1866년 코네티컷의 셔츠 제조업자였던 올리버 F. 윈체스터가 뉴헤이븐에서 제조를 시작했다. 총 개발의 선봉 노릇을 한 윈체스터는 재장전 없이 연발이 가능해 '반복' 라이플이라고도 불린다. 혁신적인 총이어서 사냥꾼, 군인, 무법자, 카우보이 및 인디언들의 총애를 받았다. 오래된 윈체스터는 요즘 시가로 100만달러까지 호가한다. 뉴헤이븐에 있던 윈체스터 제조공장은 2차대전 때는 1만9,000명의 종업원을 둘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기가 떨어져 공장이 작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윈체스터가 플롯의 주제로 사용된 영화가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사납고 폭력적인 흑백 웨스턴 '윈체스터 73'(Winchester '73·1950)이다. 스튜어트와 함께 여러 편의 걸작 웨스턴을 만든 앤소니 맨이 감독한 이 영화는 스튜어트가 캔사스주 다지시티의 미 독립기념일 사격시합에서 1등 상품으로 탄 윈체스터를 라이벌로부터 강탈당한 뒤 총을 되찾기 위해 광적이다시피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의 액션을 그렸다. 윈체스터는 스튜어트의 라이벌의 손에 들어간 뒤 인디언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과 젊은 시팅 불(젊은 록 허드슨이 인디언으로 나오는데 그 때만 해도 그랬다)과 농장 주인과 또 다른 강도에 이어 다시 처음 총을 강탈한 자에게 돌아갔다가 마지막에 스튜어트가 되찾는다. 윈체스터를 잠시 동안 소유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 총을 보물처럼 여기는데 상인이 총을 한 손에 잡고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미녀를 찬탄하는 듯하다. 지난 4월의 버지니아공대 사건처럼 대형 총기 살상사건이 일어나면 한 번씩 거론되는 것이 총기소지 규제 강화론이다. 미국은 헌법으로 시민의 무기 소지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법적 보장과 함께 450만명 회원을 거느린 미총기협회(NRA)의 힘과 자금, 그리고 막강한 로비력으로 인해 총기소지 규제론은 총기 사건들 직후 잠시 시끌시끌하다간 번번이 사라지곤 했다. 의원이나 대통령 후보가 총기소지 규제론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다가는 십중팔구 낙선하게 마련이어서 정치인들에게는 이 문제는 거의 터부시되고 있다. 살상용 총을 딱총처럼 쉽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는 2억6,000만정 정도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1만명 이상이 이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말도 있듯이 총이 있는 한 살상은 줄어들기 어렵다. 그럼에도 총기 문제에 관한 한 '고디언 낫'을 끊을 칼이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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