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이던 지난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훈련장에서 막바지 땀을 쏟다 이단평행봉에서 추락하며 1급 장애인이 됐던 ‘비운의 체조선수’ 김소영(38ㆍ왼쪽)씨가 미국에서 감격의 학사모를 썼다. 5년 전 사지가 마비된 몸을 이끌고 낯선 미국 땅으로 건너온 뒤 대학에 입학해 영어 배우기에도 벅찼던 김씨는 1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북서쪽 샌타클라리타의 마스터스칼리지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500여명의 졸업생과 2,000여명의 축하객, 100여명의 교직원들은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낸 김씨가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받는 순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그의 앞길을 축복했다. 특히 이날 졸업식에서는 지난 3년간 대소변을 받고 몸을 씻겨주는 등 기꺼이 김씨의 손과 발이 돼줬던 제니 시멘스(24ㆍ오른쪽)양도 함께 학사모를 써 더욱 의미가 컸다. 상담학을 전공하던 김씨 곁에는 당시 여동생이 있었으나 2003년 여름 갑자기 귀국해 간병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던 김씨에게 같은 기숙사의 제니가 무료 간병인을 자처하고 나섰던 것. 김씨조차 며칠 만에 그만둘 거라고 비관했지만 그와의 인연은 3년 간 계속됐다. 제니가 교사자격증 취득 문제로 학교를 비울 때는 여동생인 크리스틴(22)까지 동원해 김씨를 수발했을 정도. 김씨는 한 백인 자매가 곁을 늘 지켜줬고 이런 희생이 있었기에 졸업하게 됐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씨는 14일 제니와 함께 귀국한 뒤 대학 전공을 살려 장애인 상담과 사역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김씨는 “숙제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하나님과 제니 등 좋은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이제 한국에서 장애인 사역에 힘을 쏟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불행했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의 힘을 알게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제니양은 “소영이 무사히 졸업하는 모습을 보게 돼 정말 기쁘고 놀라울 뿐”이라며 “한국을 방문해 약 2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한국을 경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