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최악의 선택

제6보(79∼100)



타이젬의 해설자 박정상은 수읽기가 정확하다. 그는 흑이 79로 참고도1의 흑1에 두면 가장 온건한 타협이라고(15는 8의 자리) 말하고 있었다. 백이 모두 살아가기는 하지만 흑이 17로 뛰어나온 자세가 좋아서 흑이 괜찮아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강동윤은 실전보의 흑79로 두었다. "아, 그 코스로 가는군요. 그것이면 패가 되든지 백이 제자리에서 조그맣게 살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흑의 권리인데 어떻게 낙착되든 흑이 나쁘지 않습니다."(박정상) 그는 진작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6을 소개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실전보의 흑81을 보자 그가 경악에 가까운 멘트를 올렸다. "허걱! 그 수가 되나요?"(박정상) 잠시 후에 그가 새로운 멘트를 올렸다. "되는군요. 역시 패가 나든지 아니면 조그맣게 살려주는 절충이 될 겁니다."(박정상) 강동윤의 흑85를 보고 박정상의 멘트는 비명에 가까운 것으로 변했다. "으악. 이게 뭔가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흑이 파멸인데요."(박정상) 흑85로는 92의 자리에 단수쳐야 했다. 그것이면 천지대패인데 흑이 그 패를 꺼릴 이유는 없었다. 강동윤의 수읽기에 착각이 있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백92로 가만히 내려서는 묘수를 그가 미처 읽지 못한 것이었다. 백98로 먹여친 수순이 너무도 기분좋다. 백이 한 무더기의 흑을 잡고 크게 살았다. "패를 해도 좋고 그냥 조그맣게 살려 주어도 흑이 좋은 형세였는데 흑이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네요. 그냥 패도 안 내고 몽땅 잡으려고 한 게 화근이었어요."(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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