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면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자기 집 주변에 장애인 시설이 있는 건 싫어합니다. 20년 넘는 한국 생활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한 `벽안의 수녀'가 주변의 차별 때문에 더욱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을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20년이 넘도록 한국에서 봉사해오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제라딘 라이언(56) 수녀는 전남 목포의 장애인 재활시설인 명도복지관에서 관장으로 일하며 장애아동들의 방과후 교육,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사회적응 등을 돕고 있다.
그가 고국에 있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수녀회의 지시를 받아 한국을 찾은 것은지난 1975년. 간호학을 전공했던 그는 전남 목포의 한 천주교계 병원에서 6년간 의료봉사를 했다.
당시 기승을 부렸던 뇌염 때문에 중도에 정신장애아가 된 어린이들을 바라만 봐야 했던 라이언 수녀는 환자가 아닌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 특수교육학을 배우기 위해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1984년 다시 한국에 들어온 그는 이듬해 목포 석현동에 자그마한 비인가 장애인재활 및 보호시설인 `생명의 공동체'를 차렸다.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원봉사자 및 장애인들과 조화 카네이션과슬리퍼 등을 만들어 팔며 시설을 꾸려갔던 그는 1992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자 `장애인들을 밝은 길로 인도하자'는 의미인 `명도복지관'을 개관했다.
이후 라이언 수녀는 복지관 내 뇌성마비 환자 등 20여명이 넘는 난치성 장애아동을 미국 하와이 등지의 병원과 연결시켜 주고 무상 치료를 부탁하는 등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인도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에만 어린이들을 포함해 150여명의 장애인들을 받아 교육시키고 있는 이 복지관도 내년에 관할당국이 지방자치단체로 옮겨질 경우 복지예산의 지역차,전문 봉사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을 겪게 될 형편이다.
국내에서 장애인 시설을 운영해 오며 그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은 라이언 수녀는 "그래도 여태껏 한국 장애인들과 함께 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이 되면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지만 복지관에장애인들이 오가는 걸 보기 싫어하는 지역주민들도 많다"며 가슴아파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복지관에서 장애아동들과 `작은 파티'를 열겠다는 그는"이번 성탄절에는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아무런 조건없이 한 식구처럼 대할 수있는 법을 알게됐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