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상'은 빠지고 '생'만 남은 상생

지식경제부ㆍ대형마트ㆍ전국상인연합회 등이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유통산업협의회가'상(相)'은 빠지고 '생(生)'만 남는 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형 유통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지난 3일 '매월 둘째ㆍ넷째 수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율휴무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대형 유통업체와 영세상인 간 '상권갈등'이라는 고차 방정식이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 풀기 어려운 난제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 간에 상호 신뢰가 없다는 점이다. 영세상인들은 자율휴무 소식에 환영하기는커녕 대형마트 업계가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인즉 체인스토어협회가 자율 휴무를 발표한 바로 그날 국회 법사위에서는 현행 영업규제보다 휴무는 2일에서 3일로, 영업제한시간은 4시간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됐는데 대형 유통업계가 국회의 개정안 상정이 확인되자 부랴부랴 언론에 자율 휴무를 발표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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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중소 상인들은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대형 유통업계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협의회에서는 1차 상생 협의안을 마련하면서 대형마트들은 몰래 신규 출점을 시도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에 격분한 전국상인연합회가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탈퇴해버렸다. 상인연합회 측은 "대형 유통업계가 영세상인을 앞세워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며 '자신들만 살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 유통업계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며 억울해하고 있지만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대형 유통업계가 아무리 사심 없이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영세상인들이 의구심을 가질 만한 눈곱만큼의 여지가 있다면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협의회의 직접 파트너인 회원 50만명의 상인연합회도 진심으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1,000만명이 넘는 전국 영세상인들의 마음을 얻고 상생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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