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업황 부진 해운·조선·시멘트 '빠듯'

[기업 자금사정 어떻기에…] ■ 대기업은<br>위기상황 대비 자금 비축… 실탄 충분한 곳도 많지만 자금운용 보수적 접근할듯

대기업 가운데는 이미 위기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일부 업체도 있으나 업종별로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곳이 많다.

특히 해운ㆍ조선ㆍ시멘트 등 업황 침체에 따른 매출 및 수주 감소가 예상되는 일부 기업들은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자금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자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LG전자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LG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우려를 덜었다.

올해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해운ㆍ조선업계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해운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해운 시황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해운업체도 과거 발주했던 선박금융 이자 등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업황 부진을 이유로 신규 여신을 제한하고 있는 조선업계도 중소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한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금융권이 조선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여신을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올해 자금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짰고 유동성 확보에 예전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역시 공급 초과와 원료가격 상승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건설경기마저 침체돼 자금사정이 만성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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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 등의 자금사정은 넉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위기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놓은 상태라 자금조달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비축된 자금이 충분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롯데쇼핑을 통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 두둑한 실탄도 확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그리스와 유럽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자금을 미리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겠다"며 선제적인 자금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업황 호조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실현한 만큼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ㆍ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연간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올해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ㆍ롯데 등 일부 기업은 올해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아무래도 자금운용에 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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