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의를 벌이면서 국회에서의 비준절차를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가뜩이나 재협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로 협상내용이 올라갈 경우 비판여론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협정문 본문 손질을 피하고 부속서 변경 등으로 우회하더라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다시 상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향후 협상내용뿐 아니라 비준절차 등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 양측은 FTA 추가 협의 합의내용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형식'의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팽팽하게 맞서왔다. '협정문에 점 하나도 뺄 수 없다'는 우리 측의 입장과 '강력한 구속력'을 원하는 미국 측의 요구가 대립하면서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통상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양측은 가급적 협정문을 손대지 않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부속서나 양해서한에 세부내용을 명시하되 '강력한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 양국 간 합의이행 감시를 강화하고 분쟁해결 절차를 조정하는 선에서 막바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새 합의사항을 부속서에 넣는다고 해도 기존 협정문 내용에 영향을 준다면 추가 협상이 아니라 재협상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회에 넘어가 있는 기존 협정문을 폐기하고 정부는 추가 부속서를 첨부한 새 협정문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국회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비준안과 함께 제출된 서한에는 협정문과 불가분의 관계로 표현돼 있다"며 "이는 서한이나 부속서 등을 협정문의 일부로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국회동의안 저지를 위해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제 와서 내용을 수정하는 협상을 한다면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쇠고기 수입 개방 부분을 제외한 것을 성과인 것처럼 말할지 모르지만 이번 협상은 한국만 손해보고 양보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