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금융 지배구조 개선… 출발부터 잡음 불거져

CEO 선임때 현직 회장에 우선권

"불가피" vs "배타적 승계" 맞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알력다툼으로 극심한 내홍을 앓았던 KB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 현직 회장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외압을 막고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리독점을 위한 배타적 승계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면서 제도 도입 초기부터 또 다른 잡음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최근 확정했다. KB금융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안정적인 CEO 승계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3개월간 외부용역 및 내부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차기 CEO 선임 때 현직 회장과 경영진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점이다. 만약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회장 재직 시절 그룹의 경영실적과 내부평가 등을 두루 판단해 연임 여부를 검토한다. 결과가 좋으면 현직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인물 중 차기 회장이 나온다. 신한·하나금융 등 내부 출신이 CEO를 승계하는 경쟁 금융지주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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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고위관계자는 "현직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금융 선진국에서 흔히 쓰이는 방안인데 평가기준만 엄격히 지켜진다면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국내 금융산업의 고질적 병폐가 오너십의 부재라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현직 회장과 경영진의 자기권력화를 방조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국내 모든 금융지주의 경우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상당하다. 연임 여부를 평가하는 사외이사진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직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사외이사진과 경영진의 결탁은 국내 금융지주의 고질적 병폐다.

신한금융도 지난 2011년 한동우 회장 취임 직후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내용의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2013년 한 회장의 연임 당시 경쟁 후보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국 조항을 삭제했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풍토가 나라마다 달라 선진국 사례라고 무턱대고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KB금융이 내부권력 다툼의 아픔을 겪었던 만큼 자기권력화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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