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읍시다. 제지회사라면 민둥산을 만들지 않고 푸른 산을 만드는 것이 기업으로서의 책임 아닙니까.”
지난 84년부터 유한킴벌리는 나무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유한킴벌리는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환경체험 교육프로그램인 `그린캠프`를 15년째 여는 한편 생태환경 전문가 양성, 생태환경에 대한 연구조사 지원 등에 적극 나서면서 나무를 잘라내는 기업이 아니라 숲을 가꾸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사회환원은 결국 투자다 = “기업의 존재가치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데 있다. 기업이 사회환원에 적극 나서고 존경 받으려고 하는 것도 결국 경영 전략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손병두 전경련 고문)고 말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업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미국의 촛불재단이 미국의 NPO 지도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람들간의 단절, 가족붕괴, 공동체 해체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기관으로 62%가 기업을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0명 가운데 95%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동의했으며, 94%가 경제적 이익에도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기업의 66.7%와 기업재단의 76.2%가 현재보다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인식의 변화와 함께 실천의 의지도 내보이고 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이 시혜적이거나 자선이기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투자가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에 많이 환원하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와 의사소통하는 기업이 존경 받는다 = “기업이 존경 받기 위해서는 사회와 꾸준히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매개체로서 기업의 사회공헌과 기부활동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형진 재단연구회 사무국장)
삼성전자ㆍ포스코ㆍLG전자, 현대중공업 등은 건실한 재무구조, 시장지배력, 제품경쟁력 등을 무기로 각 분야에서 해외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들 업체에 대해 “존경 받는 일밖에 남지않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것은 결국 사회환원ㆍ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와 유기적으로 호흡해야 기업의 영속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방향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여할 것
▲정부의 행정적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곽대석 CJ그룹 사회공헌팀장은 “미국의 경우 CEO의 70% 이상의 사회공헌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좌충우돌식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존경 받는 기업의 요건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주주들 개인 자격의 사회공헌활동이 크게 확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교수는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회사의 돈으로 기부하지 않고 반드시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배당을 많이 받는 개인이 직접 사회환원에 나서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알 경영` 아직 멀었다
● 임직원 1,000명 설문
기업체 임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신뢰경영` 설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 중 하나가 기업들의 `투명지수`였다. 조사 결과 나타난 점수는 69.66으로 우리 기업이 외치고 있는 `유리알 경영`이 아직은 멀다는 것은 증명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낙제점을 주었다. 지배구조가 상당히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65.20의 초라한 점수가 나왔다. 기업 회계 제도의 투명성에도 68.40%가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기업체 임직원들은 다만 회사의 경영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는지에 77.40의 높은 점수를 줘 공정공시 이후 정보의 투명성 강화노력이 점차 빛을 보고 있음을 나타냈다. 회사의 경리ㆍ회계 처리가 깨끗한지에 대해서도 80.00의 높은 점수를 줬다.
일회성 행사 탈피상시 봉사 체제로
● 기업 사회공헌활동 확산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연말연시, 수해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회성으로 이뤄지던 것이 전사차원에서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평상시에 어려운 곳을 찾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포스코는 지난 5월 전사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봉사단을 발족했다. 올 상반기에만 연인원 4만명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해 임직원 1인당 평균 2회 이상 봉사활동을 한 셈이다. 포스코는 자매결연 부서와 자원봉사단체 등 400여개에 1만9,000여명이 가입해 농촌일손 돕기, 결식아동 식비지원, 장애인 돕기, 환경정화 등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국내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보가 1,500억원을 상당의 주식을 출연해 1차 자금을 조성하고 나머지는 각 계열사들이 분담해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 기금으로 매년 100명의 해외 유학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KT의 `사랑의 봉사단 점프업`은 지난 2001년 2,000여명으로 발족했다. 올들어 이 봉사단은 임직원의 20% 수준인 8,3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직원들의 성금으로 마련한 기금 13억원을 바탕으로 봉사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6월 임직원 6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노사합동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소년소녀가장돕기에 본격 나섰다. 강릉ㆍ삼척 등에서 이뤄지는 `사랑의 집 짓기(해비타트)`운동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라파즈한라시멘트, 알로에마임 등 20여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성금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의미 있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자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것”이라며 “기업마다 특성과 강점을 지닌 인프라를 통해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등 내용적으로도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자매결연 통해 "지역속으로"
● 포스코 `상생의 문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과거 성장 제일주의 관행에서 탈피해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고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와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 부족하다는 일반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다소 강한 우리 현실에서 기업의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을 좋게 하고 이는 다시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와 일반 대중의 선호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공익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의 발전과 건전성 유지에 기여함은 물론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포스코는 초기의 집단민원과 갈등 완화 활동 중심에서 교육 및 지역문화 지원 등으로 활동을 확대시켜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이 기업문화의 새 중심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회사 각 부서와 마을간 일대일 자매결연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는 독특한 협력활동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제철소가 위치하고 있는 포항과 광양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 지역의 발전은 물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형성을 위해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로써 내부적으로 포스코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포스코와 지역 사회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며 기업하기 좋은 사회, 사회발전을 선도하는 기업활동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영주기자,김영기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