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꽃잎엽서 만들고…말타고…유치원은 '자연과 소통하는 장'

[숲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2> 숲을 교육현장으로 만든 스위스·독일<br>"자연이 수업교재"…책·걸상도 없어… 머리대신 몸으로 느끼는 학습 강조<br>독일, 숲유치원만 1,000여개 육박… 스위스는 초등생들까지 대상 넓혀

스위스 바덴시 소재 사립 숲학교인 나투어슈필발트의 학생들이 산속에 마련된 숲교실에서 나무에 나뭇잎을 붙이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독일 에버슈타트시 과일초원센터 내 자연유치원 어린이들이 아침 활동의 일환으로 양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베레나 슈파이저 스위스 나투어슈필발트 교장

미클리츠 독일 숲유치원 전문가

덴마크에서 시작된 숲유치원이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숲유치원은 1,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유치원을 넘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숲학교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숲이 많은 독일은 숲유치원 설립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부모들은 숲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숲 체험의 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감을 일깨우는 바덴 숲학교= 스위스 취리히 인근 소도시 바덴 외곽의 로텔슬리 숲. 오전 8시30분 숲속교실에 5~9세 유치원생 20명이 모여든다.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며 뛰어 놀던 아이들은 9시가 되자 선생님 주위를 빙 둘러쌌고 스위스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 동요를 불렀다. 이어 선생님은 초콜릿 과자 만들기, 생일카드 만들기, 글 읽기 등 '놀거리'를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7~8명씩 무리 지어 흩어졌다. 8살인 엘레나 치니카는 생일카드 만들기를 선택했다. 며칠 뒤 생일을 맞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이후 아이들은 간식시간과 자유시간 등을 가졌고 오후1시 귀가했다. 바덴시의 숲유치원 나투어슈필발트(Naturspielwald)에 다니는 아이들의 하루일과다. 나투어슈필발트에는 우리나라 유치원에서 필수품인 책상이나 걸상이 없다. 숲속의 나무와 풀, 동물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간단한 보조교재가 수업도구의 전부다. 교사 시빌 에크로프(39)씨는 "숲은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소재"라며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일반 유치원 아이들은 머리만으로 글자와 숫자를 공부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머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5살부터 9살까지의 아이들이 연령 구분없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 이름은 유치원이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까지 포함한 통합 교육과정이다. 두 자녀를 이 유치원에 보낸 아네테 융커카이트(여ㆍ40)씨는 "일반 유치원에서는 꽉 짜여진 교육과정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했다"며 "숲 유치원으로 옮긴 이후에는 아이가 웃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동물ㆍ나무와 함께 하는 자연유치원= 독일의 에버슈타트시 과일초원센터에 운영중인 자연유치원 어린이들은 하루 일과를 동물먹이주기로 시작한다. 양과 염소, 말에게 우유와 건초를 직접 건네주는 것이 첫 번째 일과다. 이어 3명의 교사 지도아래 목장옮기기 등에 참여한다. 양과 말이 일정 구역 내에 있는 풀을 다 뜯어먹으면 어린이들은 경계목을 이동해 새로운 목장을 만들고 말과 양을 이동시킨다. 오전 10시 아침식사 후 어린이들은 말그룹과 숲그룹으로 나뉜다. 학교 갈 연령의 어린이들이 말그룹에 속하고 3~4세 어린이들이 숲그룹에 편성된다. 각각 숲길을 통해 숲속 교육장으로 향한다. 말그룹 어린이들은 말타기를 배우고 숲그룹 어린이들은 숲길을 걸으며 나무와 꽃, 풀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자연과 관련된 노래를 한다. 숲속교육장에는 어린이들이 만들어놓은 숲속 월드컵경기장이 있고 어린이들과 교사가 함께 만든 나무집도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들은 축구, 집고치기, 그림그리기, 나무자르기, 조각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4살때부터 자연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필립(6)은 "친구들과 산속에서 축구를 하고 나무를 타고 말을 타는 것이 즐겁다"며 "친구들과 맘껏 놀 수 있어 유치원 생활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올리베 지글러(37)씨는 "유치원 교사로 재직중 일 때 이곳에서 체험학습을 자주했는데 일부 부모들과 함께 매일 운영하는 유치원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으고 1995년 자연유치원을 만들었다"며 "이곳 졸업생들의 경우 학교입학 후 교사들과 밀접하게 이야기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맺기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숲유치원 성과를 설명했다. ◇다름슈타트 자연체험의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쪽으로 100㎞정도 떨어진 다름슈타트시의 주민들은 6월 마지막 일요일 '자연체험의 날'이 되면 어린이들과 함께 다름슈타트 북서쪽 베숭어 포르스트(Bessunger forst)에 아침 일찍부터 모여든다. 다름슈타트 자연학교를 비롯해 다름슈타트 산림국, 베슝엔유치원, 어린이환경단체 등 20여개 기관ㆍ단체가 참여해 펼치는 자연체험의 날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한편 숲유치원설립 등에 동참할 것으로 알리고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활동을 직접 보여주는 소통의 장이 된다. 특히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는 자연 속에서 하루를 즐겁게 놀면서 경험하는 자유의 날이 된다. 나무에 올라 밧줄을 건너는가 하면 통나무로 벌레집을 만들고 꽃잎으로 엽서를 만드는 등의 체험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한다. 또 유기농 가루만들기, 나무깎기, 큰 나무오르기, 동화듣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긴다. 헤센주 산림국 숲관리원으로 33년동안 근무하다 숲교육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페테르 피셔(54)씨는 "숲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가 등을 어린이들에게 직접 현장에서 설명해주고 숯만들기 등을 직접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숲 교육의 메카 '숲의 집'= 1989년 설립된 슈트트가르트 '숲의 집'은 바덴뷔르텐부르그 산림국과 독일숲 보존협회가 공동으로 시민들을 위한 산림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사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숲교육기관이다. 한국의 교사들까지 방문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유명하다. 숲의 집은 20개의 하부조직을 두고 있고 이들 조직은 각기 다른 환경 및 자연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숲의 집 연간 방문객은 연간 3만5,000명에 달하고 있다. 숲의 집은 또 숲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양성과정으로 숲교육학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10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50개는 위탁관리하고 있다. 숲의 집 디렉터 볼라이(60)씨는 "숲의 집을 방문하거나 연수과정에 참여하고자 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와 무엇을 찾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와야 한다"며 "국민들 모두가 숲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살전엔 공부보다 놀이가 성장에 도움"
베레나 슈파이저 스위스 나투어슈필발트 교장 "몸이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입니다.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공부보다는 놀이가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데 더 도움을 줍니다." 스위스내 유일한 숲학교인 나투어슈필발트(Naturspielwaldㆍ자연놀이숲)를 설립한 베레나 슈파이저 교장(사진)은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한 숲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고 정규교육과정을 개설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어 2년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1~2학년 과정을 통합한 숲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일반학교 20년 교사 경력을 보유한 슈파이저 교장은 "숲학교는 도심의 일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와 달리 학습이라는 개념이 없이 숲 속의 나무와 나뭇잎, 동물 등을 만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렇다고 아이들을 무조건 방치하는 것은 아니며 나뭇잎 이름 맞히기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며 "주로 물, 바람, 나무 등 테마별로 수업소재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슈파이저 교장은 "정형화된 교육과정에서 탈피해 자연을 몸으로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 숲 학교의 핵심이자 장점"이라며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며 아이들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면서 읽고 세는 법을 자연히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숲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립심 강해요"
미클리츠 독일 숲유치원 전문가 "숲유치원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자립심이 강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숲유치원의 설립에서부터 교사와 부모의 역할 등에 이르기까지를 담은 저서 '숲유치원'을 4쇄까지 낸 독일 숲유치원 전문가 미클리츠(57ㆍ사진)씨는 "숲유치원의 가장 큰 의미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해 인식을 갖게 되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세를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클리츠씨는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패스트푸드와 같이 자극이 적다"며 "숲에서의 자극과 동기부여 후 아이들이 공부하게 되면 보다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된다"고 숲유치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클리츠씨는 또 "교사들이 먼저 자연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며 실내에서와 달리 실외에서는 교사도 어린이들과 함께 배워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클리츠씨는 "숲유치원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심가까이 숲이 더 필요하다"며 "숲이 없는 경우에는 공원에 나가서라도 어린이들에게 나무와 자연 속에서 뛰어 놀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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