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FRB는 은행가가 지배하는 개인 중앙銀

■누가 99%를 터는가(유스터스 멀린스 지음, 천지인 펴냄)


"기억하라.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라 사람들을 부패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지난해 10월9일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 현장에 참여해 이같이 연설했다. 이 시위는 반복되는 위기와 고통의 시대에, 정작 문제를 만들어낸 1%는 부와 안전을 누리고 있는 반면 나머지 99%는 그렇지 못하고 있음에 분노해 시작된 것이었다. 흥분한 이들 앞에 선 지젝의 연설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바꾸어 나갈 것을 종용했다는 점이다.


만약 살아있었더라면 지젝보다 더욱 날카롭게 99%의 현실을 일깨웠을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지난 2010년 타계한 저자는 미국연방준비제도를 샅샅이 분석해 1952년 초판을 출간한 뒤 정치저술가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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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불행히도 오늘날의 '경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회 양극화는 더욱 깊어지고 더 많은 부가 훨씬 더 적은 소수에게 집중됐다. 때문에 99%의 '털리는 자'와 1%의 '터는 자'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 이 책이 대전제이다. 여기에서 출발한 저자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베일에 가려진 금융기관의 '실체'를 추적해 폭로하면서 경제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다.

FRB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며, 국회의 감독도 받지 않는다. 저자는 FRB가 사적(私的)으로 소유된 중앙은행으로, 엘리트 은행가들이 지배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고 주장한다. 그 '엘리트들'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화폐 발행을 결정하며 활황과 호황을 조작해 왔음을 저자는 수천 건이 넘는 자료 분석을 통해 말한다. 게다가 FRB는 단지 미국만의 금융제도가 아니다. 유로존이 위기를 겪을 때 세계 경제의 눈은 FRB 의장의 입으로 쏠린다. 뉴욕증시가 폭락할 때 세계증시가 동반 하락한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결국 FRB는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세계 금융권력을 가리키는 이름이 됐다.

저자는 이 같은 금융권력화가 비단 오늘날의 현상이 아니라 1913년 그 탄생시기부터 의도됐던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음모론자의 추리소설 같이 전개되는 이 책의 집필 배경에는 정치범으로 연방정신병원에 갇혀있었던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국회도서관 직원이었던 저자는 FRB의 정책 배경을 밝혀내기 위해 신문, 정기간행물, 책 등을 분석했다. 또한 '뉴욕타임스'가 국회 정보통이라 칭한 조지 스팀슨의 도움도 받으며 국제적인 금융가문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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