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컨소시엄, 한보철강 인수 본계약
국내 철강산업 '양강구도'로
현대하이스코 김원갑(왼쪽부터) 사장, 한보철강 나석환 관리인, INI스틸 이용도 사장이 한보철강 자산매매 본계약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구성한 INI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가 확정됐다.
INI컨소시엄은 지난 31일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 사무실에서 한보철강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INI컨소시엄은 인수대금으로 9,100억원을 제시했었으나 상하 5%범위 내에서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한 매각조건 규정에 따라 당초 금액보다 소폭 인하된 8,700억~8,800억원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 철강업체인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로 국내 철강산업은 포스코 독주체제에서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특히 한보철강 정상화를 위한 INI스틸 등의 투자가 이뤄지고, 이와 맞물려 포스코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철강산업의 국내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산업 ‘양강구도’로=INI컨소시엄은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열연강판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철근시장 내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고 냉연강판의 생산도 늘리는 등의 부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우선 INI컨소시엄은 한보철강 인수로 연간 39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INI스틸은 가동이 중단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A지구의 열연공장(180만톤)이나 미완공된 B지구 열연공장(210만톤)이 가동되면 포스코의 독점체제를 허물고 제2의 열연강판 공급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INI스틸은 또 한보철강 인수로 철근시장에서 약 30%였던 시장점유율이 41%로 높아져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현대하이스코도 냉연강판 생산능력을 연 180만톤에서 380만톤으로 대폭 늘려 포스코와 냉연 부문에서 1~2위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철강업계, 국내투자 살아난다=INI컨소시엄은 당진제철소 내 각 설비를 완공하거나 가동이 중단됐던 설비의 재가동 등에 총 1조5,000억원 안팎을 투자할 전망이다.
포스코도 본격적인 국내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다음달 신개념 용광로 대체설비인 ‘파이넥스’ 착공을 시작으로 1조9,000억원의 국내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오는 2008년까지 총 13조5,000억원을 국내외에 투자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철강 판재류 부문을 강화하고 물류와 해운ㆍ건설 등 신규사업에 진출해 2008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인 7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INI컨소시엄은 이밖에 ▲자금조달 ▲독과점논란 ▲한보철강 노조 파업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한보철강 인수 및 정상화에 필요한 2조~3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고용승계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는 한보철강 노조의 요구도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하면 철근시장의 점유율이 30%에서 41%로 높아지면서 1~3위 업체를 합친 점유율이 75%를 넘게 돼 현행법으로는 기업결합이 어려운데 이 문제를 푸는 일도 쉽지 않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입력시간 : 2004-08-01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