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디스 한국신용등급 하향] 해외전문가들 반응

해외 전문가들은 전격적으로 단행된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북 핵 사태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다소 성급하지 않았냐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무디스는 북 핵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지난해 11월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토마스 번 무디스 부사장이 올 들어서도 당장 전망 재검토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일부에선 이번 조치를 다소 의외로 생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아시아 담당 펀드매니저나 시장 분석가들을 인용, 무디스의 알 수 없는 조치에 투자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운용사인 퍼시픽 애셋 매니지먼트에서 8,000만 달러의 아시아 채권을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데스몬드 순은 “무디스가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서 밝힌 북 핵 리스크는 이미 지난 몇 달간 금융시장에 반영돼 있었던 것이라 새삼 놀라울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디스의 조치로 심리적 위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버그증권의 싱가포르 담당 전략가인 바누 바웨자는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에 달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해 북 핵 문제만 제외한다면 등급 상향을 받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북 핵 문제가 과도하게 결정 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경쟁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 관계자도 북 핵 위기는 이미 현재의 평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재검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S&P의 오가와 다카히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 신용등급 담당 국장은 “현재 시점에서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의 전망은 적절하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등급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피치의 국가 신용등급 담당 수석 이사인 브아이언 컬튼도 “최근 북 핵 위기가 커지긴 했지만 북 핵 리스크는 등급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오는 4~5월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피치는 지난해 6월부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부여하고 있으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매기고 있다. 그러나 피치와 S&P의 이 같은 입장은 핵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컬튼 이사는 “전쟁 위험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크지 않다”면서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과 같은 긴장 고조가 나타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다른 전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 사태의 전개 여부가 앞으로의 한국 신용등급 향방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가 신용등급은 해당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산정의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 핵 사태로 인한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기관과 기업들 역시 직격탄을 맞는 등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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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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