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업계 밀월관계 "삐그덕"

통신업계에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통신과 통신장비업체들은 오랫동안 「밀월관계」였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등 신규 통신사업자들이 그 틈에 끼어들면서 밀월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한국통신과 한통의 경쟁자인 신규사업자, 그리고 통신장비업체간에 관계가 새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이상 징후 대우통신은 최근 한국통신에 각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제2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지역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 대우는 당초 인천지역에서 하나로통신의 시내전화사업을 대행키로 돼 있었다. 한국통신이 이에 발끈, 장비 공급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서자 대우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나로통신이 무선가입자망(WLL) 장비 공급권을 주기 위해 최근 실시한 기술평가에서 5대 장비업체중 유일하게 떨어졌다. 삼성의 기술력으로 봐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를 놓고 삼성이 한통쪽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하나로통신에서는 전략적으로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전자는 최근 하나로통신으로부터 교환기 공급권을 따냈다. 그런데 현대는 아직 자체 교환기가 없다. 현대가 공급할 교환기는 대부분 삼성 대우 LG가 만든 것이다. 경쟁업체의 제품을 받아다 하나로에 공급하는 셈이다. 이 또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새로운 설명법 삼각관계 묘하게 돌아가는 통신업계의 이상 기류에 「삼각관계」를 대입하면 말이 된다. 현대는 최근에야 교환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통에 교환기를 공급한 과거가 없는 현대는 따라서 한통으로부터 자유롭다. 삼성전자 대우통신 LG정보통신은 한통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현대를 통해 하나로통신에 제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루트」를 찾은 것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정보통신과 한통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관계사인 LG텔레콤이 PCS에서 이미 한통(한통프리텔)의 경쟁사업을 시작한 터다. 또 국제·시외전화에서 한통의 라이벌인 데이콤이 LG와 가깝다고 한통은 보고 있다. 그래서 한통은 이른바 「배타권」을 빌미 삼아 LG정보통신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통신은 과거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황제」였다. 유선전화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데다 장비 구매액이 연간 1~2조원에 달했으니 그 힘은 막강했다. 장비업체는 따라서 한국통신과의 「밀월관계」 유지에 힘을 다했다. 하나로통신 등 신규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변화가 생겼다. 장비업체에겐 새로운 시장이 열린 반면 한통은 「적」이 자꾸 늘어간다. 한통은 이에 장비업체들에 「양자택일하라」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삼각관계의 전망 아직까진 한통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신참 현대를 제외하곤 누구도 감히 한통에 등 돌릴 형편이 아니다. 삼성·LG·대우·한화 등은 환경변화를 맞아 한통 및 신규사업자들과의 사이에 새로운 「외교관계」 정립을 추구하지만 한통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징후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통의 눈을 부릅 뜬 시위에 쉽게 고개를 숙이고 만다. 삼각관계는 앞으로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자들의 시장진입 속도와 점유율이 점점 커지면서 한통의 시위도 더 강력해질 것이고, 이를 우회하는 장비업체의 「줄타기 외교술」도 기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개될 통신업계 지분정리 및 구조조정도 변수다. 이렇게 보면 삼각관계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이균성 기자】 <<영*화 '네/고/시/에/이/터' 애/독/자/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