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쌍방이 칼을 뽑지 못하다

제5보(73~86)



흑이 내야 하는 덤이 6집반이다. 40년 사이에 덤은 2집이 늘었다. 60년대 초반가지만 해도 덤은 4집반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70년대에 와서는 5집반으로 고쳐졌고 다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기원이 6집반으로 고쳤는데 이것을 일본과 중국이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은 6집반이 국제적 기준이 되었다. '선착의 효'라는 말을 프로기사들은 자주 쓴다. 흑이 먼저 두는 것이 바둑이므로 먼저 둔 흑의 형세는 백보다 어느 정도 앞서 있다. 그것을 추상적으로 싸잡아 '선착의 효'라고 말한다. 이것이 덤보다 커보일 경우에는 선착의 효가 살아 있다고 말하고 덤보다 작아보일 때는 선착의 효가 사라졌다고 말하는데…. 흑75가 놓인 시점에서 찬찬히 살펴보면 선착의 효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변에 흑의 집이 30집쯤 생길 듯한 흐름이다. 여기서 박영훈은 10분 남짓 뜸을 들였다. 우상귀 방면에서 흘러나온 백대마와 상변의 흑대마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다음 한 수가 무척 중대한 시점인 것이다. 이윽고 백76이 놓였다. 이세돌도 7분을 생각하고 흑77로 받았다. 참고도1의 흑1로 당장 칼을 뽑는 것은 잘 안 된다. 백2 이하 8로 두면 흑도 응수하기가 거북하다. 다시 10분을 생각하고 박영훈은 78로 뻗었다. 참고도2의 백1이 공격의 급소지만 지금은 흑4 이하 8의 반격이 있어서 역시 칼을 당장 뽑아 들 수가 없다. 쌍방이 결정타를 노리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아직 승부의 저울추는 수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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