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굴의 정치인 삶' 스크린에 펼쳐진다

남아공 만델라·美 게이 정치인 밀크 다룬 영화 나란히 개봉<br>인빅터스- 약체 남아공 럭비 대표팀 월드컵 우승하는 모습 그려<br>밀크- "타인의 권리 박탈할수 없다" 소수자들 삶에 희망 메시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게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핍박 받았던 정치인들의 삶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모건 프리 먼과 맷 데이먼이 주연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위)와 숀 팬 주연의 '밀크'가 굴복하지 않았던 정치인들의 신념을 보여준다.

#장면1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한 쪽에선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잔디밭에서 럭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선 철조망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모래 바닥에서 축구를 한다. 각각 다른 장소에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은 같은 곳에 있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백인과 흑인이 노는 곳이 다를 뿐. 그 때 차들이 지나가고 흑인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누구냐고 묻는 백인 청년의 물음에 코치가 답한다. "테러리스트인데 오늘 석방됐어. 이 나라는 엉망이 될 거다" #장면2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게를 열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두 사람은 뿌듯한 듯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때 지나가던 이웃 가게 주인이 그들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반갑다며 악수를 청한다. 하지만 그 주인은 악수 후 손을 옷에 연신 닦으며 말한다.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만 내 눈앞에 띄지 마라"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라 불렸던 사람, 악수마저 냉대받았던 사람. 그들은 모두 한 때 역사의 소수자였지만 굴복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굴복하지 않도록 도왔던, 정치인이었다.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삶을 그린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와 미국 최초의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의 삶을 다룬 영화 '밀크'가 나란히 관객을 맞는다. 두 작품은 모두 소수자로 소외받던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인이 되어가는 지를 그리며 정치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정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지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만델라와 럭비, '인간적인 계산'= "전문가들이 우리 럭비팀은 우승하기 힘들답니다"대통령 수행원이 말한다. "전문가들의 계산으론 우리도 감옥에 있겠죠"만델라가 답한다. 영화 '인빅터스'는 27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약체였던 남아공 대표팀 '스프링복스'가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럭비를 통해 용서와 화합의 계기를 만들어낸 만델라의 모습을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한 발짝 물러선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려낸다. 라틴어로 '굴하지 않는'이란 뜻의 영화 제목 '인빅터스'(invictus)처럼 만델라는 사람들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고, 그가 지킨 신념은 다른 사람들까지도 지켜주게 됐다. 정치인의 '옳은'판단과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영화는 보여준다. 럭비가 '정치적인 계산'이었냐고 묻는 수행원의 물음에 만델라는 '인간적인 계산' 이었다고 말한다.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잔잔한 영화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런 신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조용하게 퍼지기 때문이다. 3월 4일 개봉. ◇게이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싸움 '밀크'= "다른 사람의 권리를 박탈하면 언젠가 당신의 권리도 박탈당합니다" 하비 밀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지나가던 사람을 유혹해 잠자리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40대를 넘어서며 작은 희망을 꿈꾸게 된다. 그 희망은 다름 아닌'사람답게 사는 것'. 영화 '밀크'는 1970년대 미국 최초의 (공개적인) 게이 정치인이었던 정치인 하비 밀크(1930~1978)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숀 팬이 밀크를 연기했고,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당시를 재현했다. 영화를 보고 밀크를 아는 사람은 숀 팬이 생전의 밀크와 똑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숀 팬의 연기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연출 덕에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만큼 정교하다. 이 때문에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관객들도 있겠으나 소수자의 삶에 희망을 주고 싶었던 메시지만큼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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