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0代 벤처사업가 '망신살'

구권화폐 사기단에 46억 날리고 회사자금 빼낸 혐의로 재판회부

명문 공과대를 나온 30대 벤처사업가가 구권화폐 사기단에 무려 40억여원을 뜯겼다. 이 사업가는 회삿돈을 빼내 이들에게 건넸다가 배임 혐의로 재판정에까지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성영훈 부장검사)는 23일 “구권화폐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46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유모(42ㆍ미결수용중)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1월 한국 내 지하자금을 양성화시키는 책임을 맡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을 사칭, 벤처기업 H사 대표 강모(32)씨 등 투자자 2명에게 접근했다. 유씨는 “30억원을 빌려주면 구권 원화나 달러 등을 구입해 이익금 200억원 상당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강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직원으로 가장한 일당 박모(수배 중)씨에게 미연방채권 구입대금으로 12억원을 지급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씨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구권화폐 교환에 따른 수익금조로 존재하지도 않는 미화 100만달러, 10만달러짜리 지폐 1억2,000만달러어치와 500억원 자기앞수표 3장 등을 지급했다. 유씨는 지난해에도 구권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을 벌이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한편 피해자 강씨는 명문공대 출신으로 지난 96년 환경 관련 벤처기업 H사를 설립했으며 이 회사는 2002년 전경련이 선정한 바이오ㆍ벤처 분야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는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구하려다 오히려 사기단에 걸려 현재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권화폐 사기에 의외로 쉽게 속아넘어가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이번 사건도 이들의 수법이 워낙 교묘해 자금난을 겪던 피해자들이 쉽게 믿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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