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민간 의료기관인 자생한방병원(신준식 원장)이 한의학의 진수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일찌감치 한방 세계화에 앞서 학문ㆍ임상 체계화가 국내에서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 관련학회를 결성하면서 연구기반을 다진 대표적인 한방 의료 기관이다. 수술을 하지 않고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추나요법을 체계화 한 것은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전통 수기법이었던 추나학의 입증을 위해 12년 전 대한추나학회를 결성, 임상을 학문적으로 체계화 시켰다. 그 결과 지금은 전국 한의과대학은 물론 미국 얼바인의대 등에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지난해는 대한항노화학회를 결성해 우리의 토양과 체질에 맞춰 젊게 사는 방법을 한의학적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공동연구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문의 장을 마련했다.
한의학계에서는 병원부설 자생생명공학연구소(소장 안덕균 한의학 박사)를 설립해 한방 과학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대내외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UC 얼바인의대 및 국내 유수 대학부설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의 첫 결과물이 바로 신물질 `신바로메틴` 의 발견. 신물질은 미국 특허를 받았다. 자생한방병원은 이 물질로 국내의 대표적인 제약사 녹십자 R&D와 어깨동무를 하고 골관절 전문치료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내외 공신력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제약사가 한방병원에서 처방하고 있거나 개발한 물질로 전문의약품 개발에 발벗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십자는 앞으로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고 2008년 상반기 신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의학의 본고장인 중국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지역으로 포함되어 있다. 중국 산둥성 제3인민병원, 북경 골상대학 등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국방부 산하 최대 규모의 의과대학인 제1군의대학(The First Medical University?리 캉 총장)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 밖에 베트남 보건부, 러시아ㆍ터키ㆍ체코ㆍ니우에(남태평양 쿡 제도) 등의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치료기법을 배우거나 시술을 받고 있다. 에어 프랑스 기내에 한방 치료법을 담은 영상물을 방영,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신준식 원장은 “중국에서는 중의학의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한방 세계화는 국가경쟁력 제고차원에서 꼭 필요한 과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물질 `신바로메틴`은
자생생명공학연구소 설립 이후 가장 큰 쾌거는 2001년 신물질 `신바로메틴`의 발견이다.
디스크 및 각종 척추 관절질환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 추나약물(양근탕, 청파전)의 과학적인 검증을 실현한 것. 이 과정에서 자생생명공학연구소는 서울대천연물과학연구소 한용남 교수 팀과 힘을 합침으로써 연구성과를 도출해 내는데 결정적인 전기를 맞이했다.
신바로메틴은 동물 및 세포실험 등을 거쳐 효능성이 입증되었으며 국내 특허는 물론 미국 물질특허(US 6,531,582B1)를 받았다. 특허심사가 까다로운 미국에서 단기간 내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우리의 순수 한방 생약성분도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한의학계의 시각이다.
2001년에는 추나요법(推拏療法?chuna therapy)이 대체의학의 메카로 불리는 UC 얼바인의과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 정식과목으로 채택됐다. 2002년 6월 신준식 원장의 추나요법 첫 특강은 의대생과 교수진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얻어 2003년 여름 레지던트 특강으로 이어지게 됐다.
최근 얼바인의대 가정의학과 주임 교수인 와디 나짐(Wadie Najim) 박사일행은 병원을 직접 방문, 추나요법과 동작침법, 약물요법 등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