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차전지 산업의 중요도와 성장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정부는 2차전지 산업을 2010년에 세계 1위로 도약시키겠다는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거창한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관세 감면으로 부품소재 및 장비업체의 육성하겠다. 산ㆍ학ㆍ연 공동으로 차세대 전지에 대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겠다. 또 중기 거점, 공통핵심 등 기술개발 체계를 보완하겠다 등등.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보면 참으로 알맹이 없는 내용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부품ㆍ소재 수입관세 감면이나 공장자동화 관세감면 등은 기실 이번 발표 이전부터 시행되었던 제도다. 첨단 기술 및 제품 포함에 따른 지원책도 마찬가지. 결국 전부터 있던 제도를 죽 나열해 놓고는 '새로운 발전전략'이란 포장을 입힌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정부 투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98~2000년 이후 전지사업 정부 출연금은 점점 감소해왔다. 또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큰 지원책으로 여기던 중기거점 사업도 마찬가지다. 올해까지 실시되는 4차 사업을 끝으로 2차전지는 여기서 제외된다. 전지연구조합 등 관련 기관들조차 이후 투입될 지원금액이나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흔히 IT산업의 3대 핵심부품으로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눈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심장에 해당하는 2차전지를 꼽는다. 2차전지 산업이 쇄락하면 심장이 약한 IT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세계 1위의 몽상이 몸 전체를 망치는 격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자. 92년부터 실시된 '뉴 선샤인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은 10년간 무려 140억엔이란 금액을 전지산업에 투자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모두 세계 1위를 고수하는 일본 전지산업은 불가능했다. 정부는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런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큰 꿈을 보였다. 물론 '작심하면 단칼에 해내는' 우리 기업인들, 연구원들의 숨은 저력을 믿는 바도 클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땀과 함께 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계획과 꾸준한 지원책도 필수적이다. 세계 1위의 꿈을 꾸는 건 '공짜'지만 그 꿈을 이루는 데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현상경<성장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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