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학동에 거주하는 주부 서모(41)씨는 요즘 날아갈 듯이 기쁘다. 지난 2006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펀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1'에 거치식으로 2,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우연히 펀드 계좌를 확인했더니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때 펀드 수익률이 -50%대까지 곤두박질쳐 속앓이를 한 그였다. 펀드 가입 이후 8년 만에 원금을 회복해 모처럼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서씨는 "맘고생이 심했는데 원금을 회복하고 추가 수익까지 얻고 나니 기쁘다"며 "당장 환매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한국운용의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8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중간에 환매하지 않고 펀드에 돈을 계속 묻어뒀던 투자자들이 마침내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6년 6월30일 출시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 1'의 설정 후 수익률은 10.06%를 기록 중이다. 설정 이후 한때 -50%대까지 추락했던 펀드 수익률이 올해 1월20일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한 뒤 최근 한 달 사이에 10%가 넘는 수익을 낸 것이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1' 펀드는 국내 1호 공모형 베트남 펀드로 2006년 베트남 증시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할 때 출시됐다. 설정 당시 5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계됐다. 가입 이후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문제는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불거졌다. 베트남 증시가 2007년 3월 정점을 찍은 뒤 폭락하면서 펀드가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이 반 토막이 났다. 더구나 폐쇄형으로 설계돼 환매도 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운용은 2011년 수익자 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무기한 연장하고 개방형으로 전환한 뒤 만기연장에 동의하는 투자자에 한해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환매를 했지만 끝까지 돈을 묻어둔 투자자는 2012년 이후 베트남 증시 상승에 따른 펀드 수익 회복에 힘입어 마침내 원금을 건졌다.
실제로 국내 설정된 베트남 펀드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16.17%로 해외주식형 평균(-2.56%)을 크게 웃돈다. 연초 이후 신흥국 위기가 불거지며 대다수의 신흥국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베트남 펀드는 승승장구 중이다.
다만 2006년 11월에 설정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2호 펀드와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6월 설정된 KB운용의 '베트남포커스95' 펀드도 원금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베트남 증시가 고점을 찍었을 때 설정된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베트남펀드의 총 설정액은 2007년 1조원을 넘어섰지만 장기 수익 부진으로 현재는 절반 수준인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오재원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장은 "기존에 크게 상승했던 소재 및 에너지 관련주를 매도해 일부 수익을 실현했고 동시에 한도가 소진된 대형 우량주보다는 중형주 중심으로 접근했던 것이 유효했다"며 "회복이 예상되는 부동산 관련주나 인프라 개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운송 관련 업체 등 주로 산업재 중심의 투자를 확대해 펀드 성과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머징 마켓을 강타하고 있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도 베트남은 피해가는 모습"이라며 "베트남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펀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