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25일] '하우스 푸어' 만드는 사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그 대출에 짓눌려 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주택 붐에 동참했지만 자산 하락과 이자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집 가진 빈자(貧者)'들은 최근 주택 경기침체와 맞물려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내 집 마련으로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려던 서민들이 대부분이라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논의가 "'하우스 푸어'를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줘야 하냐"는 문제로 넘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당사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스스로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로또 당첨 안 되면 정부에게 구해달라고 하는 게 맞냐"는 식으로 반대한다.


이들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더구나 "딱 1억원만 먹고 나오려고 했다" "계약금 1,000만원으로 3,000만원 프리미엄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라는 발언에서는 연민의 정을 넘어 분노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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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년 전 우리 사회의 주택투기 붐은 이성적인 관점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월 200만~300만원 받는 월급쟁이가 저축만으로 강남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대출의 힘을 빌리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넘쳐났다. 옆집 순이 엄마도, 앞집 철수 아빠도 기회를 틈타 보란 듯이 부자가 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는 그릇된 믿음이 번졌다. 따지고 보면 무주택자에게 분수에 넘치는 꿈(?)을 심어 준 금융회사와 건설사, 그리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준 정부와 각 지자체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잘못된 투자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면 이들에게도 탈출구는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은 바로 거래 활성화 조치다.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대출 이자를 경감해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기존 주택을 팔고 보다 작은 주택이라도 갈아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들이 이자 부담에 못 이겨 자살ㆍ이혼ㆍ야반도주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길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거래가 없어 집 값이 계속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만 더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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