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내다보며 투자하라” 벤자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등 월가에서 손꼽히는 투자의 대가들이 제시한 투자원칙들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대개가 ‘내재가치를 주목하라’, ‘인내심을 갖고 장기투자하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치주펀드는 이들의 투자철학대로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 내재가치를 주목하며 장기투자하는 상품이다. 가치주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적으로 상승잠재력이 큰 종목을 모아 투자하는 만큼 시장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다는 점이다. 단기간 내 ‘대박’을 바라면서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제공받기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가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는 자타공인하는 국내 가치주펀드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이름 그대로 짧게는 3년 이상, 길게는 10년까지 바라보며 장기투자하는 펀드다. 저평가된 소형가치주에 투자하는 만큼 투자종목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도록 충분히 인내하고 기다린다는 게 모토다. 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 고배당주, 시장지배력이 높거나 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신(新)가치주 등에 주로 투자한다.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보유종목들도 여타 주식형 펀드들과 상당히 다른 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2.26%, 6개월 기준으로는 14.23%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주식성장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각각 0.24%, 4.17%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 장세에 강하다는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역시 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의 ‘솔로몬나이스주식형1’도 6개월 수익률 6.68%, 1년 수익률 12.48%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허진영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올초부터 지수변동폭이 커지면서 대형주보다는 개별호재를 지닌 소형주들의 주가상승세가 더 뚜렷하다”며 “이로 인해 소형주에 주로 투자한 가치주 펀드 수익률도 상위랭크에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ㆍ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서도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도 있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의 ‘프레스티지가치주주식2’의 경우 6개월 수익률 9.72%, 1년 수익률 10.68%로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3월20일기준, 6개월 4.17%, 1년 6.61%)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운용의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 시리즈는 최근 대형주들의 상승세가 크지 않아 연초이후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 A-1 ClassA’ 의 6개월 수익률이 6.29%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치주 펀드의 한 갈래로 분류되는 ‘배당주 펀드’들도 주목할 만하다. 배당주 펀드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해 시세차익 외에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덤으로 올리는 펀드다. 추구하는 스타일은 달라 보이지만 가치투자에 적합한 종목들 중 상당수가 고배당을 추구하고 있어 가치주 펀드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동양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이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면서 배당까지 노리는 대표상품으로 꼽힌다. 6개월 수익률 22.19%, 연간 수익률은 28.10% 주식형펀드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1’이 6개월 수익률 11.17%, 1년 수익률 9.83%를 보여주고 있다. 가치주 펀드들은 펀드의 이름에서부터 투자성향을 충분히 알려주는 만큼 구분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제로인, 한국펀드평가 등 주요 펀드평가사들이 분석한 투자스타일을 참고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고를 수 있다. 펀드를 고를 때는 대외적으로 공시한 투자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는 펀드를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치주펀드는 ‘지금 선택한 기업의 주가가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다’는 믿음에 따라 장기투자하는 것이 특징인 만큼 신규 편입하거나 제외하는 종목이 많을수록 투자원칙이 잘 고수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의 박승훈 펀드분석팀장은 “가치주펀드들도 개별적으로 비교해보면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운용철학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운용사의 능력과 펀드매니저 활동내역, 종목 선정방법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자신의 투자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펀드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