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우유가 대표 제품에 대해 최대 7% 가격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남양유업도 8% 수준으로 가격 할인 대열에 합류키로 했다.
우유 업계는 이번 조치가 추석을 앞두고 급등하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시름하고 있는 소비자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 제품에 대한 가격 담합조사를 마무리 하고 과징금 액수를 조율하는 단계라는 점을 들어 우유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하 움직임과의 연계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남양유업은 오는 20일부터 대표브랜드인 ‘맛있는우유GT 1ℓ’, ‘아인슈타인 1ℓ, 900㎖’의 가격을 170~210원 할인키로 했다. 할인 폭은 8%수준이다.
눈에 띠는 점은 서울우유가 일단 9월 한 달간 할인 행사를 실시한 뒤 판매 추이 등 소비자 반응을 보고 연말까지 행사를 이어갈 지 검토키로 한 것과 달리 남양유업은 아예 12월까지로 행사 기간을 못박았다는 것. 가격 인하의 주도권을 서울우유에 빼앗긴 남양유업으로서는 연말까지 행사를 이어 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양 유업 관계자는 “최근 일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소비물가의 바로미터 구
실을 하는 우유라도 가격을 낮추면 물가안정에 좋지 않겠냐는 순수한 의도”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할인행사로 약 105억원 가량이 고객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행사기간 동안 발생할 우유 매출의 8%가량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시장점유율 40%와 25%의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가격을 내리면서 3위 업체 매일유업(시장
점유율 17~20%)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날 매일유업은 가격 인하 여부 등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도 결국 이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가격 인하조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올해 폭염으로 여름철 판매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음을 감안하면 업계 1
위인 서울우유 조차도 가격을 내리는 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한번 내린 가격을 다시 올리면 가격 저항이 거세진다는 점에서 가격경쟁을 바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우유 업계가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