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한일관계, 공동정책으로 풀자


지난 22일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 정상은 양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그동안의 대립적 관계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도록 서로 노력하자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의 대립적 관계가 한꺼번에 해빙되듯 느껴지는 대단히 흐뭇한 장면을 양국 정상이 연출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 가운데는 '일시적 휴전상태'에 들어갔을 뿐 특히 위안부 문제에서 서로 타협이 어렵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립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도한 곳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동안의 '대립상태'는 한일 국교수립 이래 '사상 최악'이었던 것이다.


한일FTA 체결땐 TPP 연계도 가능

그러면 대립으로 돌아갈 우려가 있는 현재의 한일관계를 보다 적극적인 협력관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답은 미래지향적인 양국 간 협력관계를 가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2001년 역사교과서 문제가 일어나 한일관계가 악화됐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로 한일관계는 크게 호전됐고 일본 내에서 한류 붐이 일어났다.

그 후 2005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제정함으로써 한일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그러나 2009년 8월 일본이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후 한일관계가 일시 호전됐으나 2012년 말 다시 자민당 우파인 아베 신조가 이끄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런 과거 수년간을 돌이켜볼 때 한일관계가 양호했던 시기는 한일 간에 공동의 목표가 있거나 일본 정권이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정권이었을 때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아베 정권은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정권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일월드컵만큼은 크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한일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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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 측에서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특히 한국 측에서 한국의 손해가 크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그러나 한중 FTA도 저가의 중국 제품이 몰려오기 때문에 한국 측에 손해가 크다고 할 수 있음에도 이미 타결됐다. 이런 예를 생각할 때 한일 FTA는 한국에 불리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지상파 日문화개방' 한류 되살릴 것

그리고 FTA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국제정치적이고 국제관계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한일 FTA를 추진함으로써 한미일 경제블럭을 구축할 수 있어 미국이 주도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과도 연계가 가능하게 된다.

한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패배시키기 위해 한일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반대로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제적인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경제적 협력관계가 만들어짐으로써 정치적·사회적 관계도 양호해지는 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둘째로 김대중 시대에 시작된 일본문화 개방을 마지막 단계까지 마무리하는 일이 남아 있다.

3차 개방 최종단계는 지상파에서의 일본 드라마나 일본 노래의 개방이었으나 이것 역시 일본 측 역사왜곡과 독도문제 제기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 문화를 개방해 오히려 한류가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과거를 생각할 때 일본 문화 개방을 마무리하는 것은 결코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규제가 없다. 현재 혐한시위로 일본 내 한류가 꺼져가고 있다고는 하나 과감한 한국 측의 마지막 일본 문화 개방정책으로 오히려 일본에서 한류 붐이 되살아날 수 있고 한일합작 드라마나 영화, 각종 공동제작 방송들이 대거 등장해 많은 이익을 한국에 가져다줄 것이다.

새로운 한일관계는 한일협력으로 이어가야 한다. 물론 역사문제는 정확히 마무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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