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증시 패닉] 선진국들 정책도 균열 조짐

美·EU, 日 외환시장 개입 비판 <br>금융시장에 또다른 변수 작용 우려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기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 각국 정부의 정책마저 균열 조짐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단행한 엔화 매도 시장개입과 관련해 미국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일본의 시장개입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5일 보도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전날 기지회견을 연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일본이 독자적으로 한 이번 개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리셰 총재는 엔고(円高)를 억제하기 위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ECB 이사회는 이런 개입에는 항상 다국 간 합의와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내가 아는 한 이번 개입은 다국 간에 이뤄진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일본의 환율방어 요청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7개국(G7)이 긴급 화상회동으로 공조개입 결정을 내렸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단독 개입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혼돈에 쌓인 금융시장에 또 하나의 불안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엔화가 달러당 80엔선을 무너뜨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7월 하순 이미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엔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개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부채협상을 둘러싸고 의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시장개입을 삼가달라는 의향을 은연 중에 비쳤으며 일본 정부는 미국의 부채문제가 일단락되고 때마침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한 환율방어에 나서 그 뒤 개입을 단행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일본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대해 미국과 유럽의 기가 편치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금융시장이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단행된 일본의 시장개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스즈키 세이이치 도카이도쿄즈원 애널리스트는 "한편으로는 인위적으로 환율 흐름이 바뀌면서 일본의 투자가가 해외 위험자산을 팔아치우고 한편으로는 달러화 매수가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채권을 사들이는 투기세력을 부추긴 점이 주가하락의 도화선이 됐다는 소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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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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