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최근의 엔화 흐름엔 약해진 일본 경기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엔화 약세 유도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12일 하토야마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최근의 엔화 강세를 저지할 확고한 조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리는 이어 " 엔고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엔화 강세가 나타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국가간 정치적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까지 언급했다.
전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 당 90.56엔을 기록하며 올 평균 환율(달러 당 88.47엔)을 상회했지만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으로서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기업 이익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달러 당 86.41엔을 기록한 뒤 점차 회복 흐름을 보여 오다 그리스 위기가 재차 불거진 지난 3일 달러 당 88.47엔까지 다시 떨어진 바 있다.
올 초 취임한 간 나오토(菅直人) 재무상도 취임 일성으로 엔화 가치 하락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간 재무상은 엔ㆍ달러 환율과 관련해 "경제계에서는 달러당 90엔대 중반이 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언급하며 정부의 조정 예상 수위를 엿보게 했다.
또한 이는 재정적자 확대를 감안하더라도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을 실시해 소비 회복과 엔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현 정권의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 해석된다. 이날도 총리는 정권 공약에 포함됐으나 재원 확보가 어려워 보류했던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방안과 관련해 "국제적인 흐름에 맞추어 감세 방향으로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시라가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BOJ) 총재도 이날 국회에 출연해"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추가적인 양적 완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앙은행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예고된 추가 유동성의 공급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