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14일] 시스템 사고로 본 광우병 괴담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광우병 괴담’이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와 관련된 광우병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고 이는 다시 확대재생산돼 온 국가가 광우병 논란에 휩싸여 이른바 ‘공포의 전염성’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담당했던 정부도 이 문제가 이렇게 빨리 사회 문제로 확산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것 같다. 언론과 인터넷은 광우병 위험을 제기하며 국민의 과민반응을 부채질했고 광우병 문제는 급기야 두려움이 두려움을 부르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광우병 문제는 과학적인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사회 문제로 급속히 진전돼가고 있다. 이 문제는 합리적인 문제해결의 궤도를 이탈해 비이성적인 국론 분열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문제’,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예상되는 중요한 사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지금처럼 계속 허둥대면서 국력을 소비할 것이고 그동안 국민의 ‘공포의 전염성’은 확대재생산돼 국가가 온통 소모적인 논란에 싸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정책 실패를 야기한 정책들의 밑바탕에는 대부분 정책 입안자들의 단선적 사고의 오류가 있다. 여러 정책들의 배후 및 시스템 구조를 보지 못한 채 정책을 수립, 추진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먼저 ‘공포의 전염성’에 대한 사회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포의 전염성’은 일반 전염병이 전염되는 메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전염병은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이 건강한 사람과의 접촉으로 병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한 사람의 수가 줄고 접촉에 의한 전염이 감소하는 피드백 루프가 작동되면서 전염병은 스스로 소멸한다. 전염이 계속 진행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티핑 포인트’라는 사회학적 개념을 사용한다. 전염병 발생 수가 전염병 소멸 수보다 작아지면 자연스레 병은 소멸한다. 여기서 티핑 포인트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인자는 전염계수인데 이는 접촉횟수와 전염효율성으로 구성돼 있다. 횟수가 많을수록, 접촉당 전염효율이 높을수록 전염률이 높아져 전염은 확산된다. 감기의 경우는 접촉횟수가 많고 콜레라는 전염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급속도로 전염되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전파되고 있다. 광우병 괴담에서 전염계수에 해당하는 인자는 아주 폭발적인 확산 능력을 가진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이런 괴담이 생기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므로 실제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조그마한 사회 이슈라도 일단 제기되면 인터넷 때문에 ‘티핑 포인트’를 넘게 돼 빠르게 확산되고 진실이 아닐 경우 곧 소멸하게 되나 누군가 계속해서 이슈화할 경우 다시 폭발적인 확산을 가져온다. 전염병 발생시 격리를 통해 접촉횟수를 제한하거나 자연스럽게 소멸하도록 하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예방주사로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사전 예방이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사회 이슈에 대해 제한 조치가 불가능할 경우 사전 예방 조치에 초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 수립시부터 사회 이슈가 발생되지 않도록 정책 부작용까지 고려하는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또한 사회 문제 이슈화에 대한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책임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언비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소모적 논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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