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잘 싸웠다.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1대0으로 아쉽게 분패했다. 하지만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강인한 진면목을 다시 과시하며 한민족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저력을 가진 민족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오후8시30분 빅 이벤트의 막이 오르며 예의 붉은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오늘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들도 그렇게 느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서 선수들은 한 동작 한 동작에 몰입했다. 6만5,000여 관중들은 우리 선수들이 독일선수들에게 부딪혀 넘어지면 같이 아파하고 분노했으며 찬 골이 골대를 스쳐지나가면 같이 안타까워했다. 붉은악마들은 열띤 응원을 벌이며 태극전사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결국 후반 30분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에게 뼈아픈 실점을 허용한 채 한국은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우승컵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6만5,000여 관중들은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격려하며 20여일간의 장정을 기렸다.
결국 오후10시20분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지난 한달 동안 그랬던 것처럼 모두 일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비록 패했지만 한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준 뜻 깊은 하나됨이었다.
사실 한국대표팀이 상암경기장에 선 것만도 꿈만 같았다. 한국팀이 세계의 강호들과 맞붙은 지난 한달간의 혈전은 전체 한국인을 흥분시키고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그만큼 우리 자신에게 무거운 의무감을 지웠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의 새로운 준비기간을 갖게 된다. 붉은악마는 이날 제시된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에 한국대표팀이 다음에는 꼭 대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수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