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관계 선진화입법 '진통' 불가피

정부는 11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의 34개 항목 중 24개를 우선 추진 입법대상으로 확정하는 등 노사관계 로드맵의 입법화에 본격 돌입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정부로 이송한 로드맵 항목중 장기적인 검토가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10개 항목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허용되는 복수노조제등으로 인해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한 항목부터 입법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로드맵 기본안을 토대로 당정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다음달초에 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입법예고한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선진화입법안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입법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1년째 표류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입법 문제가 맞물리면서 노정간,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선진화입법 왜 서두르나 정부가 선진화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의 노동법 개정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끊이지 않는 노사간 갈등을 해소하고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통한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이 절실한데 따른 것이다. 2007년 1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제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앞두고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ILO는 지난 93년 이후 모두 13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노동관계법의 개선을 권고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6월 이사회를 통해 2007년 봄 또는 그 전에노동법 개정 사실을 보고토록 결정하는 등 국내 노동법 개정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니라나의 노사관계 경쟁력이 하위권으로 분류되면서 전체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노동문제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선진화 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마련, 같은해 9월 노사정위로 넘겨 2년 동안 논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노동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로드맵 처리를 비판하며 노사정위 차원의 논의에 불참하면서 로드맵에 대한 논의시한인 2년 동안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올해 9월 로드맵이 정부로 넘겨졌다. ◇노사관계 핵심 쟁점은 로드맵에는 공익사업장의 대체근로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직권중재 폐지, 긴급조정시 파업 금지기간 연장 등 노사 모두 물러서기 힘든 항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최대 쟁점은 2007년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제와 관련된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이다. 로드맵 기본안에서는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되 자율적 단일화 과정을거쳐 과반수 노조나 조합원수에 비례해 선출된 교섭대표가 교섭창구를 맡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원칙적으로 교섭문제는 자율 결정토록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교섭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창구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전임자 급여문제의 경우 로드맵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법령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예외를 두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동계는 급여지원 중단시 노조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며 노사 자율로 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및 노조 전임자 급여와 관련, 60% 정도의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교섭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급여 금지로 타격을 받게 될 소규모 기업의 노조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를 폐지하되 공익사업에 대체근로를 허용키로 한로드맵안과 관련, 노동계는 파업의 무력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체근로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영계는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있다. 이밖에 긴급조정 기간 연장과 부당해고, 불법 파업 때도 직장폐쇄를 허용하는등의 로드맵 기본안에 대해서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임금지급 보장.통상임금ㆍ평균임금 개념의 명확화, 교섭ㆍ쟁의대상, 손배ㆍ가압류 등의 10개 항목은 입법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로드맵 처리 놓고 노사정 대립 격화 `우려' 정부가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에 본격 나서면서 지난해 말 비정규직관련 법안을둘러싸고 경색돼 있는 노사간, 노정간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는 정부의 로드맵 일방 추진에 반대해 로드맵에 대한 노사정위 논의에 불참한 것은 물론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제안한 대화도 거부한 상태다.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은 "로드맵은 신자본주의 편향적 입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정부가 선진화 입법을 강행하면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길오 한국노총 교육홍보본부장도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 로드맵을 추진해야 한다"며 "노측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로드맵을 추진하면 노정 관계가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선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사회적대화와 타협의 노력없이 진행된다면 노사간, 노정간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승욱 부산대 법대 교수는 "로드맵에는 지나치게 많은 쟁점들이 포함돼 있어한꺼번에 처리하기보다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와 노동계 모두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문제 등 법ㆍ제도 정비가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사안별로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로드맵에는 앞으로 노사정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항목들이 대거포함돼 있다"며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된다면 향후의 노사관계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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