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스센터·시티필드·미닛메이드파크…<br>상업주의 거부감 덜한 미국선 대부분 수천억원 받고 사용<br>영국선 "홈 자부심 팔수 없다" 전통적 이름 고수가 일반적
| 시티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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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키스타디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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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센터' '씨티필드' '미닛메이드파크'…. 기업ㆍ브랜드 홍보관을 연상시키는 이 이름들은 사실 프로스포츠 구장의 명칭들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가 올 시즌부터 쓰게 될 홈구장 이름이 바클레이스센터이며 씨티필드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안방이다. 미닛메이드파크도 MLB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스포츠와 상업주의의 결합에 거부감이 없는 미국에서는 수천억원을 받고 기업이나 브랜드 명칭을 구장에 붙이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가장 상업적인 스포츠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은 전체 32팀 중 22팀이 기업 명칭을 쓴 홈구장을 갖고 있다. 기업은 이보다 더 좋은 홍보가 없고 구단도 구장 명칭 사용권을 팔아 운영비를 마련하니 남는 장사다. 페덱스는 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홈구장에 페덱스필드 문패를 붙이는 대가로 27년간 총 2억500만달러(약 2,300억원)를 낸다. 메트라이프는 NFL 뉴욕 자이언츠와 뉴욕 제츠의 공동 홈구장을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으로 부르기로 하면서 25년간 총 4억달러(약 4,500억원)를 내기로 했다. 보험사 파머스 인슈어런스의 이름을 걸고 로스앤젤레스에 지어지는 NFL 경기장의 명칭 사용권은 30년간 총 7억달러(약 7,9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구장 이름까지 스폰서에게 내줘야 하느냐'는 입장에서는 반감도 만만찮다. 11일(한국시간)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웸블리 스타디움의 명칭 사용권을 어떤 기업에도 팔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A가 수입의 극대화를 위해 몇몇 기업들과 접촉했지만 팬들의 비난을 우려해 지역 이름인 웸블리를 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런던 웸블리에 위치한 이 구장은 '축구성지'로 통한다. 지난 1923년 개장했고 2002년부터 시행된 전면 개ㆍ보수를 거쳐 2007년 재개장했다. 런던 올림픽 축구 결승이 이곳에서 열렸고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도 예정돼 있다. 웸블리라는 이름에 엄청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에게 특정 기업의 명칭은 상상만으로도 불쾌할지 모른다. 실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 구단은 지난해 홈구장인 세인트제임스파크를 스포츠다이렉트아레나로 바꿨다가 아직까지 팬들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스포츠다이렉트는 뉴캐슬 구단주인 마이크 애슐리가 창립한 스포츠용품업체 이름. 팬들은 홈구장의 새 명칭을 거부하며 여전히 세인트제임스파크로 부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올드 트래퍼드), 바르셀로나(캄프누), 레알 마드리드(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등 유럽의 명문 축구팀들과 MLB의 대표명가 뉴욕 양키스(양키스타디움)도 "구단의 역사를 팔 수는 없다"며 유수 기업들의 달콤한 제안에 귀를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