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8년 가장 바쁘게 산 사람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소떼 방북 드라마」를 연출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그 누구보다 올해를 가장 바쁘게 보낸 사람이다.83세라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65년 전 부친 몰래 소 한마리를 팔아 그것을 밑천으로 남쪽으로 내려왔던 鄭명예회장에게 있어 방북은 타향에서 국내 제1의 기업가로 성공한 것을 알리는 한편의 「인생드라마」였다. 외신기자들로부터 70년대 미국 닉슨 대통령의 「핑퐁외교」와 비교될 만큼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업인으로서는 소떼 방북을 통해 남북경협의 주도권을 거머쥐는 큰 성과를 거뒀다. 기업가 정신을 살려 대북사업권을 따내는 사업수완을 여실히 발휘한 것이다. 북한 김정일(金正一·56)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한 북한정부의 공식 추인을 얻어냄으로써 그동안 남북 정치논리의 종속변수였던 경협을 자체적으로 독립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통일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관심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鄭명예회장이 북한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풀어놓는 보따리에 환호했다. 그가 선사한 방북보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꿈에서나 가능할 듯했던 금강산 관광을 실현시켜 750만 실향민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줬다. 또 2,000만평 규모의 해주 공단조성사업, 건설부문 제3국 공동진출, 고선박 해체, 소형자동차 조립사업, 평양 화력발전소 건설, 원유개발사업, 평양 체육관 건설 등 굵직굵직한 대북사업을 일사천리로 성사시켜 남북경협의 한 획을 그었다. 鄭명예회장은 기아자동차 입찰과정에서도 특유의 뚝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태풍 속에서 기아인수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현대자동차를 세계9위의 자동차메이커로 도약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포드·GM 등 빅2까지 참여한 입찰에서 초반 약세를 딛고 현대식 밀어붙이기를 재확인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전자·중화학 등 5개 핵심업종을 중심으로 2세구도를 정리,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호응하면서 자식들에 대한 재산분배까지 일단 마쳤다. 鄭명예회장에게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상복도 많은 해였다. 그는 경제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르웨이 왕실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커멘더 위드 스타 훈장」을, 11월에는 능률협회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산업보국경영대장」을, 12월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올해의 인물상」을 받았다.【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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