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자본주의 뉴패러다임 공유가치경영] <4> '고령화 파고' 함께 넘는다

실버 일자리 제공→소비증가→시니어 산업 성장… CSV로 '윈윈'

유한킴벌리, 실버관련 소기업 육성해 고용 창출

골든프렌즈 멀티숍 만들어 5060세대 용품 유통

스타벅스는 꽃할배·할매 바리스타 양성에 적극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 극장 대기실 안에 자리한 시니어용품 전문 매장 '골든프렌즈'에서 시니어 판매사원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유한킴벌리

"고객님, 요실금은 병도 아니고 부끄러워 감춰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당산동 소재 유한킴벌리 고객지원센터. 50대 후반 중년 시니어 상담사 8명은 수화기 너머 시니어 고객들의 질문에 진정 어린 조언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유한킴벌리 요실금 팬티 '디펜드' 판촉을 위한 홍보용 멘트로 유혹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경험을 같은 상황에 처한 고객과 공유하는 고민 상담에 가까웠다. 상담사 정경자(57)씨는 "단지 요실금 팬티 한 장을 파는 게 아니라 삶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어서 일이 곧 행복"이라며 "젊은 상담사가 하기 어려운 특화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크다"고 전했다. 정씨를 포함해 8명의 시니어 상담사는 하루 4시간씩 조를 짜 교대로 고객 상담 업무를 본다. 2시간 일하며 30분 쉰다. 유연성 있는 근무 환경은 물론 은퇴 후에도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도 높다.

이들이 액티브 시니어로 인생 2모작을 시작할 수 있게 된 데는 유한킴벌리가 사다리가 됐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고령화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시니어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공유가치경영(CSV)을 사훈으로 삼고 있는 CSV 리딩 기업이다. 2010년 기준 국내 시니어 산업 비중은 4.7%로 이미 앞서 있는 일본(16%)을 볼 때 2020년에는 적어도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양질의 실버 일자리 제공이 고령화 문제도 해결하고 경제 성장 잠재력도 높이며 정부의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한킴벌리는 은퇴 후 현격히 수입이 떨어지는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대다수 시니어에 주목했다. 소득 없는 시니어가 많으면 시니어 제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 해답이라고 봤다. 즉 일하는 시니어가 지갑을 열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다시 시니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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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처음 시니어 관련 12개 소기업을 발굴·육성했고 첫 결실로 52명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했다. 올해는 상반기 공모사업자로 선정한 엘엔비(시니어용 웰빙 모자), 고엘바이오(노인성 난청 보청기) 등 7개 소기업을 포함, 하반기 5개 기업을 추가 발굴해 24개(누적) 소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130개 시니어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목표다.

유한킴벌리와 호흡을 맞춘 대표적인 소기업은 '이플루비'. 대학에서 금속공예과 재학 시절 '시니어를 위한 주얼리 돋보기 개발'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던 윤혜림(29) 대표는 당시 노인들이 쓰는 고리타분한 돋보기를 세련된 주얼리로 변모시켜 여러 공모전을 휩쓸었다. 그는 "아이템 사업화 구상 중 유한킴벌리의 '시니어를 위한 생활용품 공모사업'에 선정돼 3,000만원을 지원 받아 상품화했다"며 "시니어 돋보기, 지팡이 등을 패션 아이템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 허리우드 극장 대기실 안에 자리한 19㎡(6평) 규모의 시니어용품 전문 매장 '골든프렌즈 1호점'. 지난해 8월 유한킴벌리가 문을 연 이곳은 시니어 놀이터다. 영화 보러 왔다 매장에 들러 돋보기, 손톱깎이, 조절식 지팡이, 디펜드 등 시니어 용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꽃할배·꽃할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만든 시니어 관련 생활필수품은 물론 소기업에서 만든 400여개 제품이 함께 진열돼 있다. 이 매장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매니저와 판매 직원 역시 매장을 찾는 고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50·60대 시니어다. 단골 고객이라는 김지미(61)씨는 "여기 오면 동년배 직원들이 이심전심으로 필요한 물건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줘 마음이 편하다"며 "이런 곳이 더 많이 생겨서 쉽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든프렌즈는 이달 말 119㎡ 규모의 골든프렌즈 3호점(대구점)을 오픈한다.

실버 바리스타 양성에 애쓰는 스타벅스도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카페 이스턴'은 커피 향취에 심취한 바리스타 꽃할매로 가득했다. '카페 이스턴'은 지역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8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립형 카페로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은 6년째 정기적으로 방문해 교육과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박세정 스타벅스 10대 커피대사의 재능기부가 이뤄지는 날로 복지관 소속 실버 바리스타들은 라떼 아트 및 커피 기기 추출 실습, 커피 테이스팅 과정 등을 지켜보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서규억 스타벅스 홍보팀장은 "허름한 복지관 커피숍을 커피 기기, 인테리어, 냉난방 설비, 메뉴 구성 및 바리스타 교육까지 총괄적으로 지원한다"며 "늘어난 매장 매출이 시니어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페 이스턴은 올 상반기 매출이 리뉴얼 이전인 2012년보다 40%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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