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ECB, 회사채 매입해 추가부양 검토

돈 안돌자 기업에 직접 공급… 美·日식 양적완화에 한발짝 더

12월 통화회의서 결정 예상에 유로화 약세 가속·증시 급등

"자산 버블 우려" 獨 반대 변수


트리플딥(경기 삼중침체) 위기에 처한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나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실물경기에 돈이 돌지 않자 결국 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ECB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그동안 ECB가 시중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이르면 오는 12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압력이 크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ECB에서 회사채 매입 방안이 추가 부양책 중 하나로 고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내 결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사채 매입은 현재 ECB가 시행 중인 민간자산 매입 프로그램 확대를 의미한다. 올 들어 ECB는 기준금리 인하 및 은행 예치금 마이너스 금리 적용 등과 같은 금리정책 외에도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및 자산담보부증권(ABS)·커버드본드 등 민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유로존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며 3·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 부양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시행 중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는 ECB가 시중 유동성 공급목표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해 회사채 매입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동안 "지난 2012년 수준까지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현재 ECB 자산규모는 2조유로에 불과해 3조유로를 넘어섰던 2012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1조유로의 자산을 사들여야 한다. FT는 "기존의 매입 프로그램으로 사들일 수 있는 자산은 4,000억~7,000억유로 수준"이라며 "이는 ECB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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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이나 영국·일본 중앙은행처럼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전면적 양적완화(QE)는 독일의 반대로 당장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RBS의 리처드 바월 이코노미스트는 "ECB 지도부 내의 유로 국채매입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플랜 B'를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미국·일본·영국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QE를 실시해왔으며 이중 일본과 영국이 일부 회사채 매입을 실시했다. 일본은 현재 3조 2,000억엔의 회사채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ECB가 회사채를 사들이면 유럽 기업들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TLTRO와 ABS·커버드본드는 은행을 통한 실물 유동성 공급이라는 한계가 있다. 자산건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유럽 은행들로서는 ECB로부터 유동성이 공급돼도 기업으로 파급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럽 기업금융의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월 발표된 ECB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비금융산업에서 자체 금전대차와 신용거래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FT는 "유럽에서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에 은행 같은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대기업의 유동자금이 많아지면 중소기업의 자금 숨통도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회사채 매입 역시 독일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 연내 시행 여부를 속단하기 이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2일 "공공부채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는 새로운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긴축기조를 유지했다.

한편 ECB의 추가 부양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로화 약세가 가속되고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22일 유로화는 3일 연속 하락해 유로당 달러는 1.2693달러를 기록했다. 21일 유럽 증시 주요 지수는 1~2% 급등했으며 미국 증시도 다우존스(1.3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96%), 나스닥(2.4%)이 큰 폭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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