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1주년을 맞이한다. 우리가 거대ㆍ선진 경제권과 체결한 첫 번째 FTA이기 때문에 1년이 경과한 시점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ㆍEU FTA 발효 1년의 성적표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선방(善防)'이라 표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잘 막아냈다는 의미다.
사실 EU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대(對) EU 수출 환경은 악화일로다. 실제 지난 해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4.1% 증가하는데 그쳤고 올 들어서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수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EU로의 수출 환경 악화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처럼 대 EU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한ㆍEU FTA가 대 EU 수출의 버팀목이 됐다.
대 EU 수출 품목을 한ㆍEU FTA로 관세 철폐가 일어나는 수혜품목과 비(非)수혜품목으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동안 FTA 수혜품목의 수출은 16.5%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비수혜품목의 수출이 22.1% 감소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특히 FTA 수혜품목 가운데 제트유(1,163.0%) 등 석유제품, 디젤 소형차(668.0%), 자동차 핸들(485.8%), 카 스테레오(150.4%), LCD TV(1,659.8%) 등은 수출액을 수백프로 이상 늘리며 대 EU 수출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수출 성과를 볼 때 대 EU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ㆍEU FTA마저 없었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처럼 한ㆍEU FTA는 우리에게는 어려운 무역환경에서 선방(善防)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바꿔 말하면 일본ㆍ중국ㆍ대만 등 경쟁국들 입장에서는 한ㆍEU FTA에 선방(먼저 한 방)을 맞은 셈이다. 같은 기간과 동일한 품목을 경쟁국에 적용해본 결과 일본(-1.1%)ㆍ중국(-0.3%)ㆍ대만(-3.5%) 모두 수출액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EU, 미국과의 FTA 체결 등 우리의 FTA 추진에 경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