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한항공, 한진해운에 긴급 수혈] "해운 유동성 위기 그룹전체로 번질라" 불똥 사전 차단

해운측 올 CP 2,100억 등 줄줄이 만기에 SOS<br>은행서도 최대 3,000억 대출 급한 불은 끌 듯<br>자금지원으로 그룹서 완전 계열분리는 지연 예상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긴박한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30일 대한항공은 자금난에 처한 한진해운에 긴급 자금지원을 하기로 했다. /서울경제DB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진해운의 자금난이 한진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8년 이후 계속된 해운업황 악화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나빠져 2ㆍ4분기까지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3ㆍ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올해 말까지 기업어음(CP) 2,100억원과 회사채 40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도 회사채와 CP 등 모두 3,900억여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은 지난달부터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해왔으나 은행들의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돈줄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진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긴급 지원에 나섬에 따라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한진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일단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룹의 주력인 항공과 해운업황 침체로 영업실적이 나빠지는 반면 항공기와 선박 투자규모는 늘어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긴급 자금지원으로 한진해운은 일단 자금난과 관련해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자금지원 외에도 올해 안에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최대 3,0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또 내년 1ㆍ4분기를 목표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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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지원 결정이 향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일단 이번 지원으로 지분관계 정리 등을 통한 한진해운의 완전 계열분리는 조금 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기자와 만나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계열분리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한진해운이 이번에 대한항공의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한진해운 측도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최 회장은 그동안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 최 회장이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라는 별도의 소지주회사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6년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한진해운은 그의 아내인 최 회장이 맡아 경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홀딩스 설립과 함께 당시 자신과 자녀들이 보유한 한진해운 외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여전히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을 26%가량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경영을 분리해서 하더라도 지분관계로는 아직 한진해운이 조양호 회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독립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양측의 표면적인 입장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번 지원과 관계없이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로 한진해운이 앞으로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주주 구성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최 회장 계열 지분이 조 회장 계열보다 3%가량 많은 상황이어서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한항공 계열의 지분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은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네 아들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항공),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조선),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해운),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금융)이 각각 나눠서 물려받았다. 4형제 중 조양호 회장과 고 조수호 회장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양호 회장의 한진해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이번 지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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