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지훈 日기성수성 '위태'

일본에서 활약중인 조치훈(44·사진)9단이 위태롭다.「목숨을 걸고 둔다」는 좌우명으로 유명한 조치훈은 지난달 23·24일 열린 일본 기세이(棋聖)전 도전7번기 제5국에서 도전자인 왕리청(王立誠) 9단에게 패함으로써 종합전적 3승2패를 기록, 벼랑끝으로 몰렸다. 1국만 더 진다면 일본랭킹 1위 기전인 기세이(우승상금 3,300만엔) 타이틀을 상대에게 넘겨야한다. 조치훈은 지난해 7월 조선진9단에게 혼인보(本因坊)를 내주면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물론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문제는 조치훈이 최근들어 결정적인 순간에 실착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기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조선진9단도 자신의 혼인보 획득을 『(조치훈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10년간 피말리는 도전기를 두다보니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다. 그게 마지막의 집중력 하락으로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3년 연속 대삼관」, 「단일 타이틀 10연패」라는 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조치훈. 비록 일본 타이틀 1~2위인 기세이와 메이진(名人)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바둑계의 1인자」로 부르기에는 조금 시원찮은 성적을 기록중이다. 반면 「평생의 숙적」인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은 비록 상금액수는 적지만 십단·천원·기성(朞聖)·NEC배 등 4개의 타이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조치훈의 통산전적은 31승 21패. 승률이 59%에 불과하다. 8시간짜리 이틀대국에서는 무적이지만 1인자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만약 기세이마저 빼앗긴다면 『조치훈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대국에서 조치훈은 특유의 투혼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대인 왕리청은 조치훈보다 두살 아래지만 털끝만큼도 양보를 허락치 않는 호적수. 현재 왕좌·학성 등 2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왕리청과의 통산전적은 28승 1무 29패. 승률을 절반으로 잡았을 때 타이틀 획득 가능성은 25%에 불과하다. 기풍과 개인사에 시퍼런 칼바람이 느껴지는 조치훈. 지난 99년 아버지가 별세했을 때에도 고바야시와 기세이전을 벌였던 조치훈. 지난 86년 일본 극우파의 테러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 대국」을 벌인 조치훈. 이후 술로 세월을 보내다 10년만에 재기한 조치훈. 그는 과연 또다시 슬럼프를 딛고 비상할 수 있을까. 도전6국은 8·9일 일본 이마바리(今治)현에서 벌어진다. 만약 조치훈이 이긴다면 제7국은 내달16일 열린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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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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