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사회는 변신중] 대기업-중소기업 '1+1=4'

"글로벌 경쟁력 원천은 中企" 인식 확산<br>물품대금 현금결제·기술이전등 다양한 지원 <br>"대기업-中企 상생경영 이젠 선택아닌 필수"


“중소기업은 포스코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라.” (이구택 포스코 회장) “삼성전자와 한배를 타고 있는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3월3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나란히 중소기업 지원책을 발표했다. 과거처럼 정부나 여론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밀려서 하는 생색내기‘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고 현금으로 결제해 자금숨통을 열어주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담겨있었다. 올해 삼성전자가 중소기업에서 구매하는 금액만 14조원. 이는 지난해보다 5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포스코도 제품 판매와 구매ㆍ외주협력ㆍ인력개발 등 전 부문에 걸쳐 1조3,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수립, 시행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수조원대의 수익을 거뒀다고 돈이 남아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경영은 ‘1+1=4’라는 윈-윈의 공식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은 중소기업=“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떠받치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화려한 실적은 한낱 종잇장에 불과할 뿐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의 상생경영을 강조하며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협력업체의 수준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기업활동은 개별기업 자체 능력뿐 아니라 주변에 포진한 우군들의 경쟁력 총합이 매우 중요하다. 나사하나, 철심 하나 때문에 명품 대열에서 탈락해야 하는 것이 최근 국제 시장에서 진행되는 흐름이다. 그만큼 대기업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각 부문의 경쟁력이 생생하게 살아나야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경쟁력이 구축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삼성ㆍLGㆍ현대차ㆍ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상생경영’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오는 2008년까지로 예정돼 있는 ‘글로벌 톱5’ 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품질경영시스템(GQMS)을 운용한다. 품질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련 부서들이 신속하게 문제점을 점검한 뒤 협력사들도 품질개선에 적극 동참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기술이전 등 상생경영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국산화에 성공한 DMF(듀얼 매스플라이 휠)기술을 평화발레오라는 부품업체에 과감히 넘겨줬다. LG전자는 아예 협력업체 경영자들을 직접 육성해 협력업체와 LG전자의 경영시스템이 동일한 선상에서 움직이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본사와 협력업체를 하나로 묶는 ‘M2M’(머신 투 머신) 통합 프로젝트를 실시해 지난해만 30여개사에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협력사의 인재들을 대상으로 경영후계자 육성과정을 이수토록 하고 6시그마 등의 전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와 LG필립스LCD의 파주 사업단지 인근 협력업체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SK그룹은 협력업체에 자금지원은 물론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협력업체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시시각각 파악해 대응하고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아 실질적인 파트너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품성을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 현금거래대금 전액결제를 처음 시작한 곳은 포스코. 지난해 12월12일 대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전액현금결제를 방침을 세운 포스코는 중소기업과 거래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각종 금융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이구택 회장의 ‘위대한 기업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위대한 기업은 ‘강한 기업’에 ‘성품’이 더해져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강한 기업은 ▦체격(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 ▦체력(기술 리더십) ▦체질(글로벌 기업문화 확립)이 기본이고 여기에 ‘성품’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윤리경영이 더해 져야만 위대한 기업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기업품성론’은 중견기업에도 확대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시무식에서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 1월부터 협력업체에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30일 이내’ 결제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수는 700여개. 태평양의 협력업체들의 조기결제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2,000억원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해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아시아나항공도 1,000여개에 이르는 모든 협력업체에 현금결제를 시작했고 한국남부발전도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협력 중소기업에 계약금액의 최고 50%까지 선금을 지급하는 ‘선금지급 및 관리지침’을 제정,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상생경영은 산업양극화의 해법=글로벌 톱 기업이 존재하는 이면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기업이 상존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업양극화의 해법을 상생경영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산업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경영의 실천방향에 있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시각차이를 드러낸다. 중소기업은 대ㆍ중소기업이 협력을 위해 눈앞에 이익만을 좇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인드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대기업 CEO들이 단기적인 이익이나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협력업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지원하기보다는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깎아 자사 이익을 많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상생경영도 경쟁력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상생을 위해서는 협력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은 “대ㆍ중소기업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전통적인 대ㆍ중소기업 관계에서 벗어나 상생 기반을 닦아야만 대기업도 잘 되고 중소기업도 성장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는 고용도 늘고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문성진ㆍ김현수ㆍ김상용기자 hsblu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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