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업 겁주는 정부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삼성전자에 내려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의 수입금지 조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올 10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의 제품결함을 집중조명하며 비판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은 두 사건에 대해 공통적인 시각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주의 차원에서 자기 기업 편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눈을 돌려 국내를 보자. 이달 11일 오후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4개 단체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문을 전달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단말기 제조사 규제내용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제조업체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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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자국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는 미국ㆍ중국과 많이 달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8~19일 이틀 연속 기업들의 과잉규제 주장은 침소봉대라며 과장하지 말라는 자료를 내보냈다. 업체들이 낸 건의문에 이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한 반박이었다. 가관인 것은 A사로 지칭을 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겁박한 것. 미국과 중국 정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동통신사도 규제강화에 내심 불만이다. 최근 열린 국제포럼에서 KT의 한 임원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현실을 외면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작용을 낳아 시장을 죽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 단말기 유통시장과 통신요금 체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어느 국가도 단말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규제한 유례를 찾기 힘든 만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제조사 사무실까지 진입해 조사하는 권력을 기어이 갖겠다는 심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는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나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를 강조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우물 안 개구리 식 과잉규제로 단말기 제조사들을 압박하기보다 미국 아이폰과 중국 저가폰을 누르고 세계 정상을 계속 질주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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