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목이 마른 두 사람

제1보(1∼13)



상대의 자멸로 타이틀을 딴 사람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다는 징크스가 있다. 이세돌의 자멸로 천원전에서 우승한 강동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몇 달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9년 2월에서 7월까지 강동윤은 국내랭킹 3∼4위를 유지했지만 타이틀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가 만약 후지쯔배에서 승승장구하지 못했다면 그는 더 심각한 슬럼프의 수렁 밑으로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후지쯔배는 그에게 기회의 무대가 되었다.


본선1회전을 부전승으로 건너뛴 강동윤은 2회전에서 이야마 유타를 만난다. 새로 명인에 오른 이야마는 강동윤과 동갑이었는데 1회전에서 원성진9단을 꺾어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다. 그와의 일전에서 강동윤이 쾌승을 거둔다. 8강전에서는 조선족 박문요에게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서는 박영훈에게 역시 백으로 불계승을 거둔다. 결승전의 상대는 한국의 이창호였다. 이창호는 일본의 다카오 신지와 야마시타 게이고를 연파하고 계속해서 중국의 창하오마저 꺾고 올라온 터였다.

관련기사



이창호는 2005년 3월 춘란배에서 우승한 이후로 연속6회의 준우승기록만 세우고 있었다. 강동윤과의 상대 전적은 5승8패로 이창호의 열세. 쌍방에게 이 대회의 우승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창호로서는 준우승 징크스의 탈출이 걸렸고 강동윤에게는 첫번째 세계타이틀이 걸려있었다.

강동윤의 백번. 서반의 이채는 백12로 꽉 이은 수였다. 아마추어에게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4가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최근 의욕적인 청소년 기사들은 이 정석을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다. 흑2에 백3으로 받는 수순이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는 것. 타이젬의 해설을 맡은 홍민표7단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10을 '가장 난해한 코스'라고 소개했는데….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