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선진국 간접투자 시장은···

'요람서 무덤까지' 맞춤형펀드<br>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도 강점<br>성장성 보단 안정성 초점 불완전 판매 방지에 심혈


영국 등 선진국은 간접투자시장의 훌륭한 '롤 모델(Role Model)'로 꼽힌다. 영국ㆍ미국 등은 간접투자시장 육성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하우를 쌓은데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노력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맞춤형 펀드=영국은 간접투자시장의 교과서로 불린다. 영국은 연령대별로 맞춤형 펀드를 운용한다. 유년기에는 어린이펀드(CTFㆍChild Trust Fund), 청년기에는 개인종합저축ㆍ투자계좌(ISAㆍIndividual Savings Accounts), 장년 또는 중년기에는 연금(Pension) 등 전생애에 걸쳐 저축ㆍ투자제도를 이용한다. 영국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간접투자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세제혜택'과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통해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했다. CTF의 경우 계좌가 개설됨과 동시에 정부가 250파운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어린이가 7세가 되면 250파운드를 추가로 지급한다. CTF 만기가 돌아오면 정부는 이를 ISA에 편입해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ISA의 경우 현금 및 예금, 회사채 이자 20%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상당수 영국인들은 펀드를 해지해야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생기지 않는 이상 평생 펀드를 보유한다.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도 강점=선진국의 경우 펀드 수수료에서도 투자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가 지난 11일 발표한 '2008년 뮤추얼펀드의 비용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펀드의 평균보수와 비용은 총자산의 0.99%로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주식형펀드 총비용이 지난해 말 현재 평균 2.03%로 미국의 두 배를 웃돈다. 미국 투자자의 경우 1억원을 펀드에 넣으면 1년에 약 100만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우리 투자자들은 20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펀드 비용이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경우 자산운용사가 판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데다 운용보수가 저렴한 인덱스펀드가 전체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안정성에 초점 맞춰=간접투자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태도도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성장성이 아닌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이는 지속적인 투자자 교육에서 비롯됐다. 영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반면 우리의 경우 '안정성'보다는 '대박'을 쫓는다. 보통 선진국에서는 연 15% 정도의 수익률을 내면 톱클래스 펀드로 평가된다. 반면 2007년 증시 활황기에 연 수익률 100% 이상의 펀드를 많이 목격한 탓에 국내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치는 터무니없이 높아졌다. 국내 간접투자시장에서 성장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방지는 기본=선진국들은 특히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펀드판매 인력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메릴린치의 경우 1만5,000명에 달하는 재무상담사(FAㆍFinancial Advisor)를 보유하고 있다. 고참 재무상담사 밑에서 최소 5년에 걸친 도제식 교육을 받아야만 자격증을 따고 재무상담사로 일할 수 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재능 있는 재무상담사라면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투자 리스크 ▦투자자 기대수익 ▦희망하는 자산운용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야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