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13일] 정치논리에 빠진 '세종시' 헛다리

200여쪽 분량의 공식발표 및 참고자료. 23개의 각종 도표와 그래픽. 민관합동위원회의 여덟차례 회의와 독일 본ㆍ베를린 시찰, 그리고 현장방문. 국책연구기관의 분석과 보고. 수차례의 당정청 회의. 분야별 국가 원로ㆍ기업인ㆍ언론인 대상 설명회. 수정안 발표 직후까지 포함해 총 여섯차례 국무총리의 충청지역 방문. 이명박 대통령의 원안 수정방침에 대한 공식 사과. 이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발표한 정부의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진행된 내용이다. 수정안 마련을 위해 집행된 예산과 그 과정에서 발생된 사회적 비용을 합친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수정안 발표로 세종시 논란은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세종시 논란을 잠재우고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근래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인 여론전과 정책마련을 위한 집중적 투자를 병행한 적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안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데 있다. 수정안 반대 여론이 쉽게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설사 돌려세운다 해도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이 무산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는 이미 정치논리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도 이 정치게임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인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1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삼성 등의 기업이 기밀에 해당하는 투자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하지 않으면 손해가 얼마나 많겠느냐"며 "그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차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구체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에 투자 결정을 내린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한 만큼 법개정의 칼자루를 쥔 정치권과 싸늘한 여론이 이를 감안해야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큰 손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세종시는 폭풍우 같은 충청권 민심과 전체 국민의 여론 속에서 항해하고 있는 배와 같다. 그런데 이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배가 난파할 수밖에 없다. 최대 피해자인 국민을 앞에 놓고 정책 집행의 당위성에 몰두한 나머지 정치논리에 의존한 접근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결코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정책생산자인 정부만큼은 정책소비자인 국민을 대하면서 정치논리에 빠지는 헛다리를 짚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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