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류.자동차업계] '노세일' 확산

「제살 깎기를 중단한다」의류·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전품목 노세일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고급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일부 의류 및 가전 제품 등에 노세일이 적용된 적은 있지만 중저가 품목으로 확산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노세일 확산은 가격의 거품을 제거해 「이전투구」식의 유통질서를 바로 잡고,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고 소진에 따른 업체의 이익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재고가 다시 쌓이면 세일로 돌아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아토스를 제외한 전 차종의 무이자 장기할부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의류업체인 신원은 마지막 세일이 끝나는 다음달 12일부터 전 품목에 대해 노세일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에스에스·제일모직·LG패션·코오롱·캠브리지 등 신사복 5대업체도 세일경쟁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잘못된 관행을 지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에 동참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에스의 경우 이달부터 노세일 브랜드를 지방시에서 에스까드릴로 확대하고, 나머지 브랜드는 가을·겨울 시즌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키로 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노린다=업체들의 노세일은 수익성 제고와 이미지 개선이라는 이중 효과를 추구한다. 신원의 경우 지난해 베스띠벨리에 노세일을 적용한 결과, 이 품목의 전체매출액은 줄었지만 실질 이익률은 늘어났다. 평균 30%의 물량 축소와 40%의 유통망 축소로 재고 등 비용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또 가격의 거품을 빼 평균가격대를 20~30% 낮춰 세일 기대심리에 따른 구매 잠복기 없이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원 관계자는 『노세일은 단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하지만 비용을 크게 감소시켜 수익성을 보전하고 브랜드 로열티와 시장 포지션을 높이는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량 생산해 팔리지 않으면 헐값으로 밀어내는 악순환을 차단해 장기적으로 업체와 소비자들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세일 지속될 수 있나=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재고가 많으면 세일하고 재고가 소진되면 제값을 받는 등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업체들의 재고가 IMF에 따른 생산 축소로 지난해초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어든 덕택에 이같은 노세일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이 노세일을 계속 고집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유통질서 등을 바로 잡는다는 업체들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 노세일에 따른 혜택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노세일 정착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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