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팬택이 재기해야 하는 이유


"헐, 팬택 중국에는 팔리면 안되는데…."

"만약 팬택이 중국에 넘어가면 어떤 결과가 될까요?"


최근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진 네티즌들의 글이다. 위기에 처한 팬택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재기를 바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중국 업체로의 매각 가능성이었다. 만에 하나 팬택이 중국 기업에 팔릴 경우 첨단 스마트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세계 수준 스마트폰 기술ㆍ인력 해외 유출 우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팬택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팬택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팔릴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국내 벤처업계의 산증인 중 한 사람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조차도 지난 5월 삼성전자가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자본을 받아들이기 직전의 팬택에 투자한 것은 삼성이 백번 잘한 겁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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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염려처럼 현금을 싸들고 다니며 글로벌 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자본의 쇼핑목록에 팬택이 포함돼 있을 공산이 크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ZTEㆍ화웨이ㆍ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팬택은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때문이다. 팬택은 삼성전자ㆍLG전자ㆍ애플 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병엽 부회장도 "계급장를 떼고 붙으면 삼성ㆍ애플과 붙어도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력에 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팬택은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1,30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2010년 5월 팬택은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폰 갤럭시S가 등장한 바로 다음날,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팬택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개발해 이동통신사에 납품했지만 갤럭시S를 먼저 팔기 시작해 생긴 일이다. 당시 업계에선 팬택과 삼성전자가 비겼다는 말이 나왔다.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초 타이틀 기술은 1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1월 세계 처음으로 4G 롱텀에볼루션(LTE)를 지원하는 태블릿PC '엘리펀트'를 미국에서 출시했고 올 8월에는 세계 첫 지문 인식 LTE폰을 선보였다. 지난달 애플이 지문 인식 기능이 적용된 새 아이폰을 공개했는데 '세계 최초'란 표현을 쓰지 못한 까닭이 바로 '팬택'때문이었다. 최고기술력과 최대 규모 기술진을 갖춘 글로벌 회사들과 벌인 스마트폰 출시 경쟁에서 한발 앞서거나 대등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팬택은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 넘버2 자리를 지켰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팬택에 부족한 것은 기술이나 경험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과 유통망'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 맞다. 자금 수혈만 이뤄지면 팬택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팬택을 중국 업체들이 인수하는 일이 현실화된다면 '지각변동'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들이 팬택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 제품을 만들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까지 투입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채권단ㆍ업계, 팬택 정상화에 각별한 관심 가져야

팬택이 중국 업체에 넘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구체화되지 않더라도 고용 불안을 느낀 핵심 연구 인력이 중국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팬택은 전직원의 3분의1씩 순차적으로 6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경우 연구인력 유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팬택의 위기는 팬택 구성원만의 일이 아니다. 팬택이 살아나면 기술ㆍ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국내 정보기술(IT)산업 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팬택에 부품을 공급하는 1ㆍ2차 협력사는 2,000여개에 달한다. 팬택에 이상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사 몫이다. 협력업체 중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많다. 정책 당국과 채권단은 물론이고 삼성ㆍLG 등 국내 스마트폰 업계가 팬택의 정상화에 특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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