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저… 일 수입업계 강추위/정유·식음료부문 순익 작년의 절반

◎정부규제로 도매가 못올려 ‘속앓이’끝없는 엔화가치 추락이 일본 수입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95년 초엔고 당시 쾌재를 부르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올 회계연도(96년 4월­97년 3월) 대형수입업체의 순익은 전년도의 절반을 밑돌게 확실시되고 있다. 전체 수입규모 역시 바닥을 헤메고 있다. 국내경기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도 수입업체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원유수입업체인 미쓰비시(삼릉)정유. 이 회사는 3월말로 끝나는 올 회계연도 순익이 40억엔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99억엔의 4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엔저에 96년 내내 지속된 유가 강세가 겹치면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95년 8월 킬로리터당 9천9백20엔에 불과하던 원유수입가가 지난해말엔 1만6천엔을 넘어섰다. 원유수입가 상승으로 피해를 보기는 원유유통업체인 쇼와(소화)셀사도 마찬가지. 세계적 정유업체인 로얄더치셀의 제휴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회계연도(96년 1월­12월) 순익이 전년(1백20억엔)의 절반을 약간 상회, 65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추정한다. 식음료 수입업체 또한 엔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 맥주업체인 콜로라도사의 제휴업체인 쿠어스 재팬의 린다 세어맨 부사장은 『당분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포기한 상태』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현재 일본내 수입업자들이 직면한 고통의 또다른 일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본수입업자들은 수입가 급등에도 국내 도매가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인플레 억제책때문이다. 지난 12월중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일본 연간 수입의 16%에 이르는 원유관련 제품의 가격등귀에도 물가가 이처럼 안정된게 이상할 정도다. 세어맨 부사장은 『다른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수익은 악화되는데 정부의 눈초리때문에 가격을 제만큼 올리지 못한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게 요즘 일본 수입업계의 전체 분위기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전체 수입물량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94년 4분기에 19%에 이르렀던 전년대비 수입증가율이 96년 3분기에는 3.6%까지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히려 1.9%가 줄어들었다. 수입규모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게 통판업계다. 한때 맹위를 떨쳤던 일본 통신판매업체들이 요즘은 그야말로 죽을상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엔고 당시만해도 값비싼 외제 유명 브랜드를 부담없이 살수 있었다. 통판업체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 외제품의 우편판매 등을 통해 우월한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장악에 성공했다. 그러나 엔화가 달러당 1백20엔에 근접하면서 이같은 가격메리트는 사라졌다. 통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달라졌다. 더이상 고급 브랜드를 찾지 않는다. 환율 탓도 있지만 스스로 내핍에 들어간 것같다』고 푸념한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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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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