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당국이 금리·수수료 손대더니… 과도한 개입이 화 불렀다

인하 과열경쟁 초래했다가 이젠 수익 걱정해주는 꼴… "당국이 시장 못이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 수수료 현실화의 이유로 급감하는 순익을 들었다. 금융회사를 향해 무조건적으로 회초리를 들던 과거의 감독 당국 풍광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시장이 혼란스러워 할 정도다.

금융회사를 관리ㆍ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도리어 은행의 수익을 걱정해주는 꼴이 된 데는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금리와 수수료라는 '가격'에 직접 개입한 게 화가 됐다는 얘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조차 "금감원에 원죄가 있다"고 할 정도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상당 부분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예금담보대출이나 보험계약대출에 과도한 이자를 붙이거나 정기 예ㆍ적금에 중도해지 금리를 차등화하는 내용 등을 내놓았다. 전 권역에 걸쳐 문제가 많은 부분을 바꿨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금감원은 가격에 직접 손을 댔다. 지켜야 할 선을 넘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말에는 은행들이 최대 50%까지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 등을 내렸다. 수수료 원가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묻혔다.

2012년에도 이 같은 상황은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아큐파이 월스트리트' 시위가 계속될 때고 국회의원 선거도 있었다.

금융회사들은 2012년에도 각종 수수료와 기업금융 수수료를 면제ㆍ인하했다. 앞서 금감원의 유도작업이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는 은행 간 과도한 경쟁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금감원 최고위층의 강성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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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은행 가산금리 책정에 문제가 있다" "수수료ㆍ금리 서민 차별 없어야" 같은 말이 금감원 최고위 관계자에게서 나왔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담합 조사 같은 건도 시장의 금리책정에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줬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의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각종 수수료와 기업 관련 수수료 혜택으로 지난해에만 2,000억원 가까운 수익이 줄었다. 신한은행도 매년 2,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에 부실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수료 수익까지 줄어드니 은행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당국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상태가 됐다. 1~2년 앞도 못 내다본 정책을 편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6월 법정 최고이자율이 39%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체의 대출승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서민들만 더 골탕을 먹게 됐다. 정부가 나서 카드 수수료에 직접 개입한 것도 부작용이 크다. 일부 대기업과 카드사들은 여전히 수수료 협상을 끝내지 못해 카드이용 고객만 피해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수수료 현실화를 추진하더라도 한두 개 수수료를 올리기보다 금융지주사 차원의 수익구조 같은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 수익이 줄더라도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이익을 내는 모습으로 금융지주사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분야의 수수료 인상은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낮추는 것은 쉽지만 올리는 것은 어렵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쓰지만 전기료 인상은 산업체나 일반 가정이나 모두 반대다. 30년 넘게 2,500원에 묶여 있는 TV 수신료 인상도 힘들다. 전 국민이 쓰는 금융 관련 수수료를 올리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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