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워치] 위기의 컨설팅업체 "네 자신을 알라"

회사의 '아픈 곳'을 진단해주는 컨설팅 업체들이 정작 자신들 병의 진단ㆍ치료에는 손을 못쓰고 있다.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컨설턴트, 자신부터 먼저 옳게 진단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는 컨설팅 업계에 있어 '핵 폭탄' 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젊고 야심찬 MBA 출신들로 북적였던 컨설팅 회사들은 현재 군데 군데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 1년간 주요 컨설팅 업체들의 굵직굵직한 '손님'들이 잇따라 파산하자 기업들은 컨설팅의 필요성 자체에 깊은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잡지는 전했다. 실제로 컨설팅 업계의 대표격인 맥킨지는 자사의 VIP고객인 엔론, 글로벌 크로싱, 스위스에어 등이 줄줄이 파산, 명성에 깊은 흠집을 냈다. 또 IT버블 시기의 컨설팅 결과와 관련, 잇단 소송에 휘말리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 컨설팅 업체들이 기업들의 위기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만큼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종종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최근 컨설팅 업계의 고용인원은 지난 90년대 말에 비해 3분의 1이 줄었다. 올해 매출 역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감소할 전망. 한 전문가는 컨설팅업계는 2007년쯤에나 지난 90년대 말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주요한 이유는 닷컴 거품 붕괴에 따른 부작용. IT 호황기동안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 등 대부분의 컨설팅 업체들은 몸집이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때문에 침체에 접어든 이후 컨설팅 업계에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30%가량 과잉 공급 상태라는 지적이다. 또 당시 너나 할 것 없이 IT 관련 투자확대를 권유했던 컨설팅 업체들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어 더 이상 컨설팅 업체를 찾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과거 '잘 나가던 시절' 고객들을 골라가며 컨설팅을 맡았던 이들이 최근에는 무료 상담 업무도 마다하지 않는 등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게다가 MBA졸업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MBA출신들을 임원으로 두고 있어 굳이 외부에 회사 전략 수립을 의뢰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컨설팅 업체들의 '신비감'을 떨어뜨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생존전략마련에 급급해진 컨설팅 업체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행동주의 경제학(Behavioural Economics)'이나 행동 금융학(Behavioural Finance) 분야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혜경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