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콩지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콩지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이번 후지쯔배 참가를 위해 일본에 건너간 이세돌은 일본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좋은 바둑과 이기는 바둑을 동시에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기는 바둑을 두려고 합니다.”(이세돌) 그는 후지쯔배의 우승을 갈망하고 있었다. 만만해 보이던 콩지에가 세계대회 3관왕이 되어 저만치 앞에서 달리고 있는 마당이다. 이세돌은 후지쯔배를 꼭 거머쥐고 싶었다. 그 갈망이 너무도 뻔한 자리에서 공연한 궁리를 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21을 선택했다. 이 수는 일종의 함정수였다. 꾐수, 꽁수, 암수로도 불리는 음침한 노림수. 상대가 걸려들면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되는 함정수. 그러나 콩지에는 걸려들어 주지 않았다. 만약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누르면 백이 흑 2점을 잡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면 흑은 2에서 10까지로 멋진 외세를 만들어 대만족이다. 프로라면 백의 입장에서 결코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백22와 흑23은 그런 뜻에서 절대수나 다름없다. 여기서 콩지에는 백24로 묘한 행마를 했다. 지금의 배석상황에서는 가장 능률적인 좋은 행마였다. 그런데 이 그럴듯한 행마를 보고 이세돌은 또 궁리에 빠졌다. 그는 상대보다 더 좋은, 더 묘하고 더 그럴듯한 행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실전보의 흑25였다. 백2면 3에서 5로 둔다. 이 코스는 흑이 즐겁다. 그러나 이번에도 콩지에는 걸려들지 않았고 흑25는 완착의 누명을 쓰게 된다. 이 수로는 그냥 상변쪽을 받아두는(참고도2의 흑3에) 것이 정수였던 것. 실전은 백26의 헤딩이 너무도 강력한 수가 되고 말았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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