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눈치만 보는 '당정 협의'

정상범 정치부차장 ssang@sed.co.kr

[동십자각] 눈치만 보는 '당정 협의' 정상범 정치부차장 ssang@sed.co.kr 정상범 정치부차장 지난 15일 오전10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방금 끝난 여당과 기획예산처간 ‘당정협의’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은 회의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에게 몇 차례나 “당정간 불협화음은 없다”면서 보도에 신경 써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이 와중에 정책위 관계자들은 개인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정책위원장에게 물어보라”고만 말하고 총총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오전7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는 통상 당정협의보다 훨씬 오래 걸린데다 양측이 공동으로 브리핑에 나서는 등 모양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책결정 그 자체보다 행여 양자가 갈등을 보인다거나 당이 정부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최근 불거진 여권의 정책갈등 이후 당정협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로 홍역을 겪었던 당 정책위원회는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정책위 실무자들은 사석에서는 “국민 70%가 반대해도 밀고 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발언을 꺼리고 있다. 행여나 반개혁세력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당과 청와대 양쪽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당 지도부가 정책위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책위는 “인사한 지 얼마 안돼 혼란을 겪는다”거나 “세상물정을 제대로 모른다”는 등 대놓고 면박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사실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 고위층은 최근 중소기업인 등과 가진 몇 차례의 정책 간담회에서 “솔직히 말해 여러분이 하는 말을 잘 모르겠다”면서 “정책위와 잘 상의해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집권여당이 입만 열면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회생방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또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국정을 주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정책라인부터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소신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일 듯하다. 입력시간 : 2004-06-16 16:47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